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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뜨거워진 감자 원격의료···개원가에서 고개드는 현실론
더 뜨거워진 감자 원격의료···개원가에서 고개드는 현실론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5.07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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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비대면산업 적극 육성해야", 중기부장관 "원격진료 도래 못막아"
개원의도 '무조건 반대'에 회의적, 대학병원 도입엔 "환자쏠림 피해 더 클것"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원격의료)에 대해 정부가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에도 계속 허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원격진료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한다”면서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예로 든 데 이어,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대면 산업에 대해 추가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겠다”며 의료 분야를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지난 4일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코로나19 사태 관련 의료장비 업체 등과의 간담회에서 “원격진료 시대의 도래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 최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원격의료 실시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자 의료계는 정부가 과연 어떤 카드를 내밀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인의 무관심 속에서 의료계의 반대로 원격진료가 시범사업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일반 환자들이 이미 10만건 이상의 전화상담·처방을 통해 사실상의 원격의료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원격의료 도입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개원가에서조차 ‘더 이상 반대로 일관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현실론을 가장 먼저 공론화한 것은 대한개원내과의협의회다. 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협의회 회장은 “원격의료 TF를 구성해 정부 스탠스에 따라 맞춤형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 이상 무조건적인 반대로만 일관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정부 기조에 맞춰 대응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비대면 진료나 전화처방이 ‘잘됐다’는 평이 많은데 국회의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면서 “환자들이 원격의료의 맛을 본 상황에서 정부가 하겠다고 하면 사실상 막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한시적 원격의료 허용으로 지난 2월24일부터 4월19일까지 전화상담을 통해 진행된 원격진료 건수는 13만 건에 이른다. 두 달 여 간의 원격 의료에 대해 환자 만족도도 높았고 현재까지 오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원격의료 도입이 가시화되고 상황에서 의료계의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하는 개원의들도 늘고 있다.

채설아 로하스가정의원 원장은 “대한의사협회가 기존의 반대 입장만 고수해서는 오히려 권위가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 참에) 원격의료 논의를 의료계가 선도해야한다”고 말했다.

채 원장은 또 “원격의료 플랫폼 구축에 의협이 앞장서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설문조사를 진행해 의협이 일반의사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유진목 유진목내과의원 원장도 “수가를 조정하든지 법적 책임을 완화해주든지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 봄직하다”면서 “지금은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상황이 아니라 최대한 이익을 얻어내는 방향으로 논의를 끌고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원의들은 3차 의료기관의 원격의료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유진목 원장은 “대학병원까지 원격의료를 허용하게 된다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개원가 도산은 시간문제”라며 “특히 지방에 있는 병원의 경우 ‘환자 쏠림 현상’으로 입는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임순광 임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지금 정부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하려고 하는 이유는 ‘대형병원 살리기’가 아니라 IT산업 육성”이라면서 “원격의료 정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에 한정해 정책을 도입하고, 대형병원이 원격의료를 해도 이익이 돌아가지 않게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주 상임이사회를 소집해 원격의료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진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은 “‘조건부 반대’로 어느 정도 의견은 모아졌으나 성명서를 낼 정도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면서 “오는 12일 각 과별 회장단이 모여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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