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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렘데시비르 긴급사용 승인···시장가격은 얼마?
美, 렘데시비르 긴급사용 승인···시장가격은 얼마?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5.04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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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전 세계 정부와 협업하면서도 미국에 우선 공급 논의 중
10일분 생산가 10달러 예상, 수요 폭증 시 4500달러(550만 원) 전망도

미국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았던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을 승인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이외의 국가에도 과연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지, 그럴 경우 어느 정도 수준에서 약가가 책정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사가 애초에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했던 실험약 ‘렘데시비르’를 중증의 소아·성인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 승인(EUA)을 실시했다고 지난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결정은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렘데시비르 초기 임상시험 결과에 따른 것으로 이 실험의 예비적 데이터에 따르면 렘데시비르 투여군이 투여하지 않은 위약군보다 회복 속도가 31%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사용승인은 정식 사용승인은 아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임상시험 중간결과에 따라 긴급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코로나19 의심환자나 확진환자 중에서도 산소포화도가 94% 이하이면서 산소 흡입이나 기계적 호흡, 에크모 등이 필요한 중증의 성인과 아동 환자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FDA는 검증된 치료 대안이 없는 질환의 경우에 한해 정식으로 허가되지 않은 의료제품의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코로나19 치료와 관련해 앞서 클로로퀸 계열 약물의 긴급사용을 승인한 바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렘데시비르가 긴급사용이 승인됨에 따라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효능이 밝혀지면 빠르게 도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최종적으로 사용하려면 충분한 환자 사례를 모아 분석하는 등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유사 시 렘데시비르를 특례수입 등을 통해 빠르게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상시험 결과는 전문가들의 영역이기 때문에 사망률과 관련해서는 통계학적인 유의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며 “그렇더라도 권위 있는 미국의 FDA라는 기관에서 렘데시비르에 대해 최초로 긴급사용 승인을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렘데시비르에 대해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인데, 이번 긴급사용 승인은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제한적으로 승인한 것”이라며 “충분한 환자 사례를 모아 분석을 통해 렘데시비르가 치명률을 줄이거나, 위중도를 낮추는 등의 구체적인 시험결과가 나오면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환자 투약 결과에 따른 정확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몇 차례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준 것으로 본다. 어느 정도 효과가 인정되면 렘데시비르를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식약처, 복지부 등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최초로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을 승인함에 따라 제조사인 길리어드 측도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니얼 오데이 길리어드 CEO는 3일(현지시간) “우리는 이 약을 미국 전역의 가장 위급한 환자들에게 배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정부와 협업해 어느 도시가 가장 취약하고, 어디의 환자들이 가장 필요한지를 정한 뒤 다음 주 초반에 공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렘데시비르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더라도 가격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외의 국가에도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길리어드사는 우선 5월 말까지 공급하는 초기 공급분인 150만병을 전량 무상 기부했는데, 이는 약 10만~20만 명의 치료분이다. 이후 6월부터는 돈을 받고 본격적으로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니얼 오데이는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정부들과 렘데시비르의 공급에 대해 면밀히 논의하고 있지만, 미 정부와는 미국 환자들에게 먼저 약을 쓰고 나서 글로벌 제약사로서 다른 국가에 공급할지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리어드는 연말까지 100만 명분의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판매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임상경제평가연구소(ICER)는 렘데시비르 10일분의 생산 가격을 약 10달러(1만2000원)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서 환자들의 수요가 폭증함에도 공급은 그만큼 따라가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가격은 약 4500달러(548만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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