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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제약사 격전장 된 코로나 치료제 개발···중간성적표는?
전 세계 제약사 격전장 된 코로나 치료제 개발···중간성적표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4.23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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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H, 전 세계 코로나 관련 임상 692건···100여 건 실제 진행
렘데비시르 두각 나타내는 가운데 혈장치료도 효과 보여
트럼프 추켜세운 클로로퀸, 초반 기대주 칼레트라는 '글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전 세계 제약업계의 움직임 또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일단 개발하기만 하면 어머어마한 수익을 올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이 제한적이었던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민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였다. 코로나19가 바이러스의 특징상 같은 계열인 사스나 메르스처럼 대유행하다가도 어느 순간 소멸해 버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 전 세계 민간 제약회사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치료제와 백신 개발 경쟁에 전사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임상시험은 현재까지 692건으로 나타났다. 미국 텍사스대 약대 교수팀이 14일 의학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중 109건이 실제로 환자 모집을 하거나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으로 분류된다.

사진출처: pixabay
사진출처: pixabay

임상시험 대부분은 기존 약물의 적응증을 코로나19로 추가하기 위한 ‘신약재창출’이다. 현실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에는 평균 10년의 시간과 1조 원의 개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제약사들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신약재창출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증요법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면서 임상을 진행하거나 진행 계획에 있는 약물은 애초 에볼라 치료제 후보물질이었던 렘데시비르를 비롯해 말라리아·루프스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등이 있다. 

모두 인류를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구해줄지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실험에 나섰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을 매겨 보면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의 렘데시비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통찮은 중간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말라리아 바이러스와 인간 세포의 결합을 막는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코로나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가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추켜세웠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클로로퀸에 대해선 치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심지어 효과가 아예 없다고 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따르면 지난주 프랑스 연구진은 181명의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임상시험을 했는데, 입원 후 48시간 이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그룹과 복용하지 않은 그룹의 입원 비율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질에서는 관련 임상시험을 시행했다가 일부 환자의 심장박동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 아예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에이즈 치료제로 유명한 칼레트라도 바이러스 증식의 필수물질인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하는 기능이 코로나19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으리란 기대를 모으면서 코로나 치료의 기대주로 꼽혔었다. 하지만 지난달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된 중국 연구진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칼레트라를 복용한 코로나19 환자 199명의  28일 뒤 사망률이 일반 진료 그룹과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쟁쟁한 경쟁자들이 맥을 못 쓰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치료제 후보는 렘데시비르다. 앞서 미국 의료전문매체 ‘스탯뉴스’가 지난 16일 시카고대 연구진이 125명의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의 중간 결과, 환자 대부분이 1주일도 안돼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완화되는 등 증세가 호전됐다고 보도하면서 즉각 관련주가 급등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현재 제조사인 길리어드사는 미국·유럽·한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이 결과는 오는 5월 말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이 실험결과에 쏠려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렘데시비르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렘데시비르에 대해 “임상적 효과를 확실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대조약과 비교하거나 많은 환자에게서 다양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중증환자에게 투여하는 ‘혈장치료’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 이어 최근 우리나라 세브란스병원에서도 혈장치료를 받은 코로나19 환자가 완치된 사례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중증환자에게 마지막 수단으로 시도한 방법으로, 이 효과가 함께 병용된 항바이러스제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혈장치료의 효과 덕분인지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기석 한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혈장치료를 진행하려면 완치자들이 혈장 제공 시 적절한 보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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