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8:07 (화)
코로나 치료제로 각광받던 '클로로퀸', 무용론 확산
코로나 치료제로 각광받던 '클로로퀸', 무용론 확산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4.16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국서 "효과 없다" 논문 잇따라···브라질은 부작용으로 임상시험 중단
'부작용 없는 약이 어디 있나' 치료제 없는 상황서 현실적 대안, 반론도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클로로퀸에 대한 실제 효과와 부작용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기존에 말라리아·루프스 치료제로 쓰이던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긴급사용승인(EUA)’을 허가했다.

콜로로퀸의 코로나19에 대한 치료 효과를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코로나에 대한 정식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에 일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클로로퀸을 긴급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이다.

클로로퀸은 시판된 지 60여 년이나 된 약물로, 특허권이 없어 전 세계에 복제약을 생산하는 업체가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대증요법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쓸 수 있도록 허가돼 있다.

특히 그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사용을 적극 주장함에 따라 클로로퀸은 다른 약들보다 코로나 치료제로 더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클로로퀸의 코로나19에 대한 치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심지어 효과가 아예 없다고 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프랑스 연구진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연구진은 코로나 확진 환자 중 인공호흡 치료가 필요한 181명의 중증 환자들이 입원 후 48시간 이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그룹과 복용하지 않은 그룹의 입원 비율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84명의 복용 환자 중 20.2%는 중환자실에 입원했거나 투약 후 7일 내 사망했고, 복용을 하지 않은 97명 중엔 22.1%가 중환자실로 입원하거나 사망했다. 연구진은 “복용 그룹의 사망률은 2.8%, 비복용 그룹의 사망률은 4.6%로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발표됐다. 지난 14일 폴 오핏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백신교육센터 소장은 논문에서 코로나 환자들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여 결과 “분명한 치료증거가 없었다”고 밝혔다고 미국 CNN이 보도했다.

클로로퀸의 긴급 승인을 허가한 미 당국자들 간에 클로로퀸의 효과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4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로 미국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 테스크포스(TF) 회의에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다량의 서류를 내놓으며 “대부분이 클로로퀸이 명백한 치료효과가 있다고 나타난 연구 결과”라고 말하자, 미국 내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치료효과가 아직 일회적 수준에 그쳐 입증할 수 없다”고 반박한 것. 미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은 클로로퀸의 효과를 놓고 상당한 시간 동안 언성을 높이며 격렬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클로로퀸의 효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 작년 12월부터 수백 명의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한 장딩유 우한시 진인탄 병원장을 인용해 “(클로로퀸 투여 결과) 일부 환자는 효과를 나타냈지만 어떤 환자는 복용한 지 7~10일이 지나도 효과가 없었다”고 전했다. 코로나 환자 1700여 명을 치료한 장준졘 우한 중난 병원 부원장도 “20~30명의 환자에게 클로로퀸을 투여한 결과, 약효는 불분명했다”고 지적했다.

클로로퀸을 코로나 치료제로 처음 사용할 때부터 제기됐던 부작용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홈페이지의 코로나 확산 관련 질의응답 코너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할 경우 갑작스러운 사망을 포함해 위험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클로로퀸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가 부작용으로 인해 중단된 사례까지 나왔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클로로퀸에 대한 소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가 많은 환자들이 심장질환을 일으켜 아예 중단되기도 했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당국의 후원을 받아 마나우스 주도에서 환자 8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고용량의 클로로퀸을 투약받은 환자들이 불규칙한 심장박동 증상을 보여 부정맥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우려돼 시험이 조기에 중단된 것이다. 

이처럼 클로로퀸의 효능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결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지만 코로나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클로로퀸을 사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만큼, 클로로퀸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현 시점에서 코로나 치료제로 클로로퀸의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어떤 약이든 과용량을 복용하거나 장기간 사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의사의 처방하에 용량을 조절하며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클로로퀸이 다른 약제에 비해 부작용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