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성공한 '혈장' 요법···안전성은 검증, 효과는?
국내서도 성공한 '혈장' 요법···안전성은 검증, 효과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4.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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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최준용 교수팀, 혈장치료로 코로나19 환자 2명 완치
스테로이드 등 병행치료···해외서도 단독효과에 대해선 불분명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장'을 이용해 중증환자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혈장 요법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엄밀히 검증된 것이 아닌 만큼, 전문가들은 혈장 요법의 성과를 지나치게 부풀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앞서 지난 7일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팀은 코로나19 환자 3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70대 남성과 60대 여성 2명이 완치됐다고 밝혔다. 회복되지 못한 나머지 한 명은 44세의 남성 폐암 말기 환자로,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보다는 임종하기 전 가족들과 면회할 수 있도록 환자가 버틸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회복환자에서 혈장 취득해 중증환자에 수혈

이번 사례로 주목받은 ‘혈장 요법’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의 혈액에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치료항체가 있다는 전제하에, 혈장을 취득해 중증환자에게 수혈하는 치료법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지만 새로운 치료제를 당장 개발하기 힘든 현 시점에서 ‘신약재창출’과 더불어 단시간 내에 적용이 가능한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앞서 중국에서도 5명의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혈장 치료를 시행한 결과, 모두 회복된 사례가 나왔다. 최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도 혈장 치료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이에 따라 중국과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혈장 치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달 24일 이 치료법을 승인했다. 우리나라에도 질병관리본부가 나서 혈장 치료 관련 지침을 준비 중이다. 

혈장 요법은 어느 정도 안전성을 확보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상용화돼 사용돼 온 면역글로불린제제로 지난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독감 등 다른 신종 바이러스 사태 때도 시행됐었다. 당시 별다른 부작용을 보이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당국의 허가 없이 민간의료기관 차원에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이번에 신촌세브란스병원도 별도의 당국의 허가 없이 이 치료법을 시행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얼마나 효과 있는지는 더 따져봐야 

문제는 유효성이다. 즉, 효과가 실제로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나 있는지가 관건이다. 보통 혈장 요법은 다른 치료제들과 함께 병행해서 중증환자에게 시행된다. 이때 칼레트라와 클로로퀸 등 ‘신약재창출’을 통해 사용이 허가된 치료제가 사용되곤 한다. 

이 때문에 혈장요법을 시행한 환자가 회복한 원인이 혈장 요법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치료제 때문인지가 확실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때도 국내 회복기 환자 9명의 혈장을 채취해 중증 메르스 환자 3명에게 치료를 시도한 사례가 있지만 직접적인 효과는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치료효과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어 현재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한해 최후의 방법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혈장요법만의 효과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혈장요법 단독 시행군, 혈장요법에 항바이러스(대증요법)제 투약을 더한 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군(위약효과 검증)으로 나눠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지 불과 2~3달밖에 되지 않아 이처럼 엄격한 방식의 임상시험이 시행되지 못했고, 여전히 수많은 환자가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특정군을 사실상 방치하는 방식의 임상시험을 실시할 경우 의료윤리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번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치료 사례 역시 다른 외국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혈장요법만 시행된 것이 아니라, 스테로이드 치료도 병행됐다. 다만 스테로이드는 염증 완화 작용만 할 뿐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는 없기 때문에 혈장요법 이후 바이러스 농도가 떨어졌다면 이를 혈장요법의 효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치료를 담당한 최준용 교수는 “회복기 혈장 속에 있는 중화 항체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같이 들어가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런 조합이 위중한 코로나19 환자에게 시도될 수 있다”며 “혈장치료가 나름의 부작용도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한 적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에 효과가 없는 중증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완치자가 항체를 가지는 기간이 있을 텐데 완치자들로부터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혈장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혈장 기증자를 모집하고 혈장을 확보해서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만간 발표될 질본 '혈장치료 지침'에 관심

비록 임상시험을 통해 확실히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혈장요법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무엇보다 조만간 나올 질병관리본부의 ‘혈장치료 지침’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지침에는 혈장요법의 우선순위, 혈장 채취자의 상태에 따른 효과 차이, 혈장요법을 통한 재감염 우려 등을 고려해 임상에서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세부 기준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현재 혈장치료 관련 지침에 대해 임상 전문가 간 의견 교환을 하며 심의 중이며, 혈액원을 가동 중인 의료기관이 먼저 확진자 중 격리해제자로부터 혈장을 확보해 중증환자에게 치료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개최되는 중앙임상위원회 회의에서도 국내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혈장요법에 대해 검토하고 성과 등을 논의한 후 회복기 혈장 확보 방안과 사용 지침, 재정 지원 방안 등을 신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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