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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과 함께 '성취감'이 올라왔다"···코로나 이겨내는 이색취미 백태
"거품과 함께 '성취감'이 올라왔다"···코로나 이겨내는 이색취미 백태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4.09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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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족'의 진화···나만의 시간 늘어나자 무료함 달랠 각종 취미개발
전문가 "(취미개발은) 매우 바람직···성취감 맛볼 수 있어 긍정적"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더 연장되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집콕족(집에만 콕 박혀있는 사람들)’들의 노하우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하루종일 넷플릭스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것은 기본, 최소 '400번'을 저어야 먹을 수 있다는 달고나 커피를 직접 만드는가 하면 게임 속 무인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안한 일상을 즐기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사회와 잠시 떨어지게 된 사람들이 ‘코로나 속 고독’을 즐기는 이색 취미에 대해 살펴봤다. 

◆1시간쯤 젓자 비로소 거품 올라와···무료한 시간 달래기 끝판왕 '달고나' 커피 만들기

여시경씨가 만든 달고나 커피.(사진=여시경씨 제공)
여시경씨가 만든 달고나 커피.(사진=여시경씨 제공)

개강을 했지만 캠퍼스를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된 올해 대학교 신입생 여시경(19)씨는 스스로를 ’20.5학번’이라고 자조적으로 부른다. 최근 여씨는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는 대신,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달고나' 커피 제조 대열에 합류했다. 

방법은 유튜브를 참고해 커피와 설탕, 물을 1:1:1 비율로 컵에 담은 뒤 쉬지 않고 젓는 것이다. 여 씨는 “집에 휘핑기도 있지만 오랫동안 만들기 위해 일부러 손으로 저었다”고 말했다. '얼마나 걸리겠어'하는 마음에 시작했지만 거의 1시간 가까이 저어서야 액체였던 커피에 거품이 올라오며 비로소 찐득해졌다. 그런데도 여씨는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동안) 시간이 잘 가서 좋았다”고 말했다.

SNS에는 여씨처럼 손수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넘쳐난다. 인스타그램에는 8일 기준 달고나 커피 관련 게시물이 13만 개에 육박했다. 유튜브에 달고나 커피를 검색하면 '400번 저어 먹는 커피' '4만 번 저어 만든 5.2L 대왕 달고나 커피'라는 등의 제목을 단 관련 동영상만 30페이지에 달한다. 

여씨는 “밖에 나가 놀 수 있었으면 굳이 시도해보지는 않았을 것 같고, 달고나 커피 레시피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평소라면 ‘굳이’ 하지 않았을 노동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선 거리두기, 온라인에선 ‘모여봐요 동물의 숲’으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화면.(출처=모여봐요 동물의 숲 페이스북 캡쳐)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화면.(출처=모여봐요 동물의 숲 공식 페이스북 캡쳐)

요즘 같은 시기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있다. 바로 온라인 게임 속 공간. 그 중에서도 지난 달 20일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전세계적으로 출시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코로나 수혜자로 급부상했다.

이 게임은 ‘너굴’이라는 캐릭터에게서 돈을 '대출' 받아 무인도에 정착하며 살아가는 내용이다.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수확해 거래한 돈으로 대출금을 갚아나가고 무인도에 나만의 집을 지어 꾸밀 수도 있다. 게임 속 동물들과 대화하며 플레이를 이어나가면 된다. 

다소 밋밋해 보이는 이 게임이 코로나 시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바로 ‘소소한 일상의 회복’에 있다는 분석이다. 농사를 짓고 곤충을 채집하고 물고기를 잡는 지극히 단순한 일상을 통해 매일 마스크를 쓰고 늘어가는 확진자 수를 지켜봐야하는 코로나 사태를 잠시나마 잊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 속 공간에선 다른 온라인 유저들과 함께 모여 소통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 서로 2m정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야 하는 현실과 대비된다. 여기에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캐릭터에 감성적인 배경음악(BGM)까지 더해져 코로나 시대의 온라인 강자로 등극하게 됐다. 

◆”시간 흘려보내는 데는 '넷플릭스'만한 게 없죠!”

넷플릭스 드라마 포스터.(출처=넷플릭스 공식 페이스북 캡쳐)
넷플릭스 영화 포스터.(출처=넷플릭스 공식 페이스북 캡쳐)

“코로나 유행하고 나서 드라마 4편 정주행하고 영화는 10편 넘게 본 것 같아요.”

백모(28) 씨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약속을 못 잡게 되면서 넷플릭스를 보는 게 일상이 됐다. 백 씨가 사는 동네는 충남 천안의 '줌바댄스' 집단확진이 발생한 곳이다. 백씨는 “동네에 확진자만 100명이 넘어서 가까운 거리에도 못 나가고 집에만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남아도는 시간을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의존하는 사람은 백씨뿐만이 아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달 15일부터 25일까지 OTT와 인터넷TV(IPTV)에 대한 온라인 정보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 2월22일에서 25일 사이에 넷플릭스의 일별 키워드 정보량은 36.4% 증가했다.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유튜브·SNS·지식인·기업·정부에서 넷플릭스를 키워드로 한 게시물 수(관심도) 조사결과에서도 2월25일 이후 매일 약 5000건 이상의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5일에는 하루 게시물 수가 8027건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상욱 원장 “이색취미 더 많이 만들어야”

김상욱 샘신경정신과 원장은 이처럼 이색취미가 유행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이러한 이색취미를 더 많이 만들어야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만 외치는 사회적 분위기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젊은 사람부터 시니어까지 코로나 때문에 모두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람들이 개발한 취미 활동 중 하나인 커피 만들기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긴 시간 공들여서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 몰입하다 보면 잠시나마 코로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잊을 수 있다. 또한 완성된 달고나 커피를 보며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을 준다. 김상욱 원장은 “중요한 것은 몰입할 수 있다는 점과 시간이 흐르면 맛있는 작품이 나온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의숲' 같은 게임 역시 비록 온라인 공간이지만 점차 구조물이 늘어나는 과정 등을 경험하면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상에서의 작은 성취감이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블루(코로나우울증)’라는 말이 신조어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우울한 감정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취미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욱 원장은 “’죽는다’ ‘밖에 나가지 마라’는 뉴스만 두 달 째고, 갈수록 재밌는 게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무거운 감정인 우울감을 가볍고 긍정적인 감정인 성취감이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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