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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간에도 서로 딴소리···믿을 수 없는 코로나19 지침
정부·지자체 간에도 서로 딴소리···믿을 수 없는 코로나19 지침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4.06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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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지침 ‘시설 격리’→다산콜센터 ‘자가 격리’로 틀린 안내
서울시 “상담 전화 많아 자주 묻는 질문으로 착각한 듯” 해명
1339상담원은 “언론보도가 더 빠르니 뉴스 보라” 황당 안내

영국인 여자친구를 둔 강석호(27)씨는 최근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여자친구의 입국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1339 상담원은 “90일 미만 단기체류자라면 무조건 14일간 '시설격리'”라고 답했다. 

하지만 추가 확인차 다산콜센터(120)에 전화를 건 강씨는 이내 혼란에 빠졌다. 다산콜센터 상담원은 “공항에 입국 후 증상이 없으면 잠실에서 워킹스루 검사를 하고 '자가격리'”라며 1339 상담원과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로부터 '역유입'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해외 입국자 관리가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낼 중요한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입국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할 정부 기관들이 서로 정반대되는 내용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2일 발행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대응지침(7-4판)’의 ‘해외 입국자 관리 단계별 조치 방안’에 따르면 '단기 체류' 외국인의 경우 14일간 ‘시설격리’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위의 사례에서 1339 상담원의 안내가 맞고 다산콜센터 상담원의 안내가 틀린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다산콜센터 상담원의 오류가 단순한 1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자가 직접 다산콜센터에 다시 한 번 확인 전화를 해봤다. ‘단기 체류 외국인일 경우 입국 절차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다산콜센터 상담원은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고 14일 동안 '자가격리' 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씨에게 답변한 상담원과 마찬가지로, 기자가 통화한 상담원도 대응지침의 ‘시설격리’를 ‘자가격리’라고 틀리게 안내한 것이다. 

다산콜센터를 운영하는 서울특별시청 민원기획팀의 강연태 주무관은 ‘질본의 지침과 다산콜센터의 상담 내용이 왜 다르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통 질문을 할 때 '내국인'인 경우로 많이 생각한다”고 답했다. 외국인이 입국하는 경우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상담원들도 으레 내국인으로 생각하고 답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명이다. 

문제는 최근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담원들의 단순 ‘실수’가 자칫 국가 방역에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국내 누적 확진자의 1.9%에 불과했던 해외유입 확진자 수는 지난달 25일 2.5%, 26일 3.1%로 점차 늘어나더니 5일에는 7.2%인 741명(외국인 58명)까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는 하루 3만~4만 건, 서울시 다산콜센터는 하루 2만여 건의 상담 전화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국민들 입장에선 수시로 변경되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보니 콜센터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려 하지만, 이처럼 상담원이 잘못된 정보를 입력해 안내할 경우 하루에도 수 백, 수 천명이 엉뚱한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상담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강씨의 경우 상이한 안내가 반복되자 질본 1339에 전화해 '다산콜센터에서는 자가격리라고 하는데 선생님은 왜 무조건 시설격리라고 하느냐”고 물었는데, 이에 1339 상담원은 “언론 보도가 더 빠르니 언론 보도를 보라. 입국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상담원조차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씨는 “국가 방역을 책임지는 질본에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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