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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배우자 출산휴가 등 담은 '수련규칙표준안' 개정안 발표
대전협, 배우자 출산휴가 등 담은 '수련규칙표준안' 개정안 발표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4.03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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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수련환경평가위 회의 중단, 개정안 발표로 논의 재점화 전망
현장서 '꼼수' 대응했던 독소조항 손봐···일선 전공의들, 모처럼 기대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현행 수련규칙표준안이 현장에서 적용되는 과정에서 일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 이를 막기 위한 개정안을 발표했다. 

수련규칙표준안이 개정되기 위해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친 뒤 보건복지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지난 1월31일 첫 번째 회의가 현재까지 마지막 회의가 돼버렸다. 

아직 구체적인 평가위 회의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대전협이 자체 개정안을 만들어 발표한 것은 전공의들의 열악한 수련환경 문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완전히 묻혀버리지 않도록 관련 논의에 다시금 불을 붙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개정안, 배우자 출산휴가 신설·당직비 관련 독소조항 삭제 등 담아

대전협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임신 전공의 및 배우자의 출산휴가 조항 신설 ▲당직비 관련 독소조항 삭제 ▲중환자실 근무에 따른 평균 당직일수 수정 등이다.

먼저 이번 개정안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18조 7항에 추가수련을 받을 수 있는 휴가 요건에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추가했다. "(배우자의 출산휴가 등 사유로) 1개월 이상 수련 받지 못한 경우 수련받지 못한 기간 중 1개월을 제외한 기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아야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배우자의 출산휴가 역시 임신 전공의의 출산휴가와 마찬가지로 추가 수련을 정하는 30일 기준에서 빠진다”고 설명했다. 즉, 휴가 기간이 1개월 미만이면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사유로 추가 수련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
박지현 대전협 회장

당직비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21조 1항은 일부 삭제됐다.

현행 21조 1항은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수련에 대한 수당은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을 따른다”고 정하면서 “연장수련의 수련과 업무 강도에 따라 (수당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같은 단서 조항을 악용해 일부 병원에서는 야간 근무와 주말 근무를 당직비 산정에 가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측이 판단한 ‘업무 강도'에 따라 수당을 조정하는 것이다 

박지현 회장은 “야간 근무와 주말 근무는 당연히 가산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병원들이 있다”며 “몇몇 병원들이 잘못된 판례를 가지고 업무 강도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바꿔놓은 탓”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이같은 단서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애초 취지대로 연장 근무시 당직비를 제대로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전공의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던 중환자실 근무에 대한 당직 규정도 손을 봤다. 

현행 25조 4항은 “전공의 야간 당직은 4주 평균 주 3회를 초과할 수 없다”고만 규정했다. ‘평균 근무 횟수’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이를 맞추기 위해 '꼼수'를 동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됐다. 이에 개정안 4항에 “중환자실 근무에서 근무형태가 24시간 교대로 이루어질 경우에 한하여 격주로 주 4회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박지현 회장은 “많은 중환자실이 24시간 교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2주에 한 번은 주 4일이 된다”며 “현재 수련 규칙 표준안으로는 맞지 않아 꼼수들이 생긴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전공의들, 개선안 마련에 긍정적 반응···일부 미비점에 대해선 아쉬움 표현 

일선 전공의들은 대전협 차원에서 현장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안을 마련했다는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아직 이번 개선안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전공의들이 많지 않아 일부 조항에 대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진주 경상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에서 근무 중인 홍석진 전공의(4년차)는 “배우자의 출산이나 중환자실 근무와 같이 예외적인 상황까지 규정에 반영한 부분이 전공의들한테 좋은 방향으로 적용되리라 기대한다”면서 “이후 개정안이 병원에서 잘 시행되고 있는지 잘 감시를 하는 것도 대전협이 이 다음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대전협 홈페이지에 댓글을 단 전공의 A씨도 “개정안이 하루 빨리 통과되고 시행됐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에서 근무하는 서재현 전공의(4년차)는 출산휴가 규정에 대해 현실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 전공의는 “각 과에서 출산휴가를 쓴 전공의가 발생하면 이에 따른 전공의 충원은 이뤄지는 것인지, 나머지 전공의들의 업무 분담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작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전공의들도 눈치가 보여서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B씨는 대전협 홈페이지에 단 댓글을 통해 임신 전공의 수련 시간에 대한 내용이 없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B씨는 “임신했을 때 근무 시간에 대해서 전공의특별법 주 80시간 기준과 근로기준법 주 40시간 기준 중 어떤 규정을 따라야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주 40시간을 따르면 평일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출근 일수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다른 전공의들 업무가 늘어나서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추후 일정에 대해 대전협은 “본래 4월 중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현재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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