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혈장' 치료 주목···“신약재창출과 더불어 가장 큰 기대”
코로나19 '혈장' 치료 주목···“신약재창출과 더불어 가장 큰 기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4.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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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항체 있는 회복환자 혈액에서 혈장 얻어 중증환자에 수혈하는 방식
중국서 치료효과 밝힌 연구논문 발표···신약 개발에 비해 개발 과정 간단
국내서도 정부가 개발 독려, 일부 제약사 개발 착수해 조만간 현실화 기대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치료 수단으로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원장 권준욱)은 임상시험을 포함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연구와 신종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국가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 기본 운영계획을 수립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계획에는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도 포함됐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의 혈액에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치료항체가 있다는 전제하에, 혈장을 취득해 중증 환자에게 수혈해 치료를 하는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고 가능하다고 해도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에 통상 수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회복기 혈장 치료는 ‘신약재창출’과 더불어 가장 현실적으로 개발이 가능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혈장치료제의 개발 속도가 신약에 비해 월등히 빠른 이유는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돼 온 면역글로불린제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상용화된 동일제제 제품들과 작용 기전 및 생산 방법이 같아서 신약 개발과 비교하면 개발 과정이 몹시 간단하다. 이미 회복 환자의 혈장 투여만으로도 과거 신종 감염병 치료 효과를 본 적이 있어서 이를 분획 농축해 만든 의약품의 치료 효능도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셈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때도 회복기 환자 9명의 혈장을 채취해 중증 메르스 환자 3명에게 치료를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앞서 중국에서는 5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혈장 치료를 시행한 결과, 모두 회복한 사례가 나왔다. 최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도 혈장 치료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돼 큰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혈장요법을 연구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중국에서 11명의 코로나19 감염자에게 혈장 치료를 시도한 결과, 1명이 퇴원했고 나머지 환자도 비교적 호전됐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혈장 치료 관련 지침을 준비해 현재 임상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또 “우리나라 민간의료기관에서도 혈장 치료가 3건 정도 시도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번 지침이 시행된 후 치료 결과를 충분히 검토해 혈장 치료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의 말대로 실제로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중증 환자 3명에게 혈장 치료를 시도해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장 치료는 현 시점에서 ‘신약재창출’과 더불어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코로나19의 치료방법으로 생각되며, 특별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없이도 민간의료기관에서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논문으로 게재된 중국 선전의 제3인민병원 감염내과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위중한 환자 5명의 치료에 회복기 혈장을 활용한 치료 경과를 다룬 것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병원 의료진은 지난 1월 20일부터 3월 25일까지 가장 위중한 단계에 있는 30~70대 코로나19 중증 환자 5명이 입원한 후 10일에서 22일된 시점에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투여했다. 그 결과 체온과 중증질환 점수 척도(SOFA SCORE), 혈액 내 산소포화도, 바이러스 농도,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 치료 횟수 등 모든 지표가 좋아졌다. 이 환자들에게는 '신약재창출'을 통해 사용이 허가된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와 칼레트라 등의 항바이러스제도 함께 투여됐다. 

김 교수는 “이 논문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회복기 혈장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해 국내 연구자와 제약회사 등이 혈장 치료를 위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혈장 치료가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인 GC녹십자는 2일 올 하반기 안에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내놓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GC녹십자에 따르면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GC5131A’는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만 분획해서 만든 고면역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이다. 일반 면역 항체로 구성된 대표적인 혈액제제 면역글로불린(Immune globulin)과는 코로나19에 특화된 항체가 더 많이 들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고면역글로불린은 GC녹십자가 이미 오래 전에 상용화한 B형간염면역글로불린 ‘헤파빅’, 항파상풍면역글로불린 ‘하이퍼테트’ 등이 있다. 

현재 다케다(Takeda), 그리폴스(Grifols) 등 세계적으로 1, 2등을 다투는 유수의 혈액제제 회사들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조만간 치료적 확증을 위한 임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 치료제는 가장 시급한 중증 환자 치료와 일선 의료진과 같은 고위험군 예방(수동면역을 통한)을 목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혈장 치료제 개발이 아무리 빨라도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한 절차는 필요한 상황이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지난 2015년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해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사용했지만 임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치료 효과에 대한 의견일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혈장 치료가 진행되려면 절차나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는 부분이 있고 치료 효과도 아직까지는 의문이 있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 본다는 의미로 혈장 치료 지침 제정안을 준비해 계속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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