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번 한 번으로 안 끝나···장기전 대비해야”
“코로나, 이번 한 번으로 안 끝나···장기전 대비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4.02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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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가 고비’라는 근거 없는 말보다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지 사회적 합의 필요···“효율 낮추고 안전 택해야”

“코로나는 전파력이 너무나 강해 결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도 국민들에게 이 사실을 정확히 알리고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원장 윤석준)은 부설 미래건강연구소 개소를 기념해 ‘세계적 대유행 코로나19, 그 진실과 해법을 찾는다’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지난 3월 31일 오전 10시 고려대학교 미디어관 지하 2층 스튜디오에서 개최했다.

◆코로나 전파력 너무 강해, 장기전 대비해야

이날 천병철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너무나 강해 사스나 메르스처럼 숙주 치료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전문가도 현재 사태가 일단락될 것이라고 전망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정부도 ‘다음 주가 고비’라는 식의 근거 없는 말을 자꾸 하기보다는 이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솔직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광필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도 질병관리본부의 위기관리 5대 수칙이 있지만 무엇보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릴 필요성이 있다”며 “이를 통해 전문가 집단도 정확히 무엇을 하지 말고, 해도 될지를 국민하게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물치료적 방법이 없는 현 상황에서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를 감내할 수 있는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동차를 타는 게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타지 않을 수는 없어 속도제한규정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결국 우리나라 전체 시스템이 효율을 좀 더 늦추고 안전을 택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은 “이태리에서 아파트 주민들이 서로 노래를 부르며 격려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났다. 어차피 장기전 가능성이 높다면 차라리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기’식으로 대비하면 어떤가”라며, “어떻게 보면 현재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전제하에 국민들이 방역시책에 적극 협조한 것일텐데 장기전이라면 어떨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각 나라의 방역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어느 의료시스템을 적용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완벽한 대처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윤석준 원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공공의료의 선진국이라는 영국이 현재 코로나로 인해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자 고광필 교수는 “일각에서 사회주의 의료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그 반대인 미국은 어떤가”라면서 “(펜데믹 상황에서) 어떤 의료시스템을 반영해도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방역대책을 어떻게 세우고, 이를 얼마나 지키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정부 대응 잘못에도 마땅한 대안 찾기 어려워

최근 대한의사협회 설문조사에서 의사 대부분이 정부의 코로나에 대한 대응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천병철 교수는 “역학데이터를 보면 우리 정부는 충분히 잘할 수 있으면서도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아직도 방역대책이 주먹구구로 이뤄져 1970~1980년대 콜레라 유행 대책에서 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천 교수는 “정부의 대응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런 지적을 하는 분들이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며 “사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재앙 사태에서 정부의 대책이 후한 평가를 받기는 너무나 어렵다. 특히, 코로나는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완치자의 재발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최원석 교수는 “현재로선 재발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완치자를 검사하면 대부분 음성으로 진단되는데, 일부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격리 해제 시점에 소량의 바이러스가 남아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등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고광필 교수는 “이보다 우선 방역을 제대로 해 감염 속도를 늦추고, 무엇보다 기존의 가용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리 역할을 할 종합·전문병원이 격리해제 단계 환자 케어해야

감염병 전달체계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최원석 교수는 “대구·경북에서는 경증환자를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가 확진자 폭증을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사실 감염병 환자가 폭증하면 아무리 의료자원을 잘 갖추고 있더라도 소용없기 때문에 격리센터와 생활치료센터 등 전달체계가 제대로 배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병철 교수는 “수도권의 경우 아무리 의료자원이 많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인구는 그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대구·경북처럼 대규모 확진자가 나온다면 마땅한 대책이 없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것이다. 이런 부분을 앞으로 각 지자체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준 원장은 “이런 경우 상급종합병원과 병의원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에 격리해제 단계에 있는 환자들을 제대로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청도대남병원의 경우도 감염에 너무 취약한 구조인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사용 가이드라인 필요···전문가라도 의견 차이 있을 수밖에 없어

최근 찜통이 마스크 재사용에 효과있다는 소문에 가전제품 유통매장에서 ‘찜통품절사태’가 발생하는 등 각종 근거가 불확실한 소문이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 우리나라 사정에 맞는 마스크 사용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천병철 교수는 “현재처럼 마스크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재활용가이드가 있어야 하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마스크 재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없다”며 “사실 각각 일상의 바이러스 노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확실한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누구보다 고통을 많이 받을 사회 취약 계층을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대규모 공중보건위기에서 누구보다 취약한 사람들은 저소득층이다. 지금 자영업자 같은 분들은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며 “위기에 빠져 자칫 가정이 무너질 수 있는 분들을 잘 찾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와 관련해 전문가 간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최원석 교수는 “전문가들 간 의견이 다른 데서 오는 국민들의 혼란이 있겠지만 아무리 전문가라도 견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 가지로 통일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맞지 않다”며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더욱 그럴 수밖에 없고 충분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런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준 원장은 “사실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 국면이 좀 더 복잡해진 측면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좀 더 명확해 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질병관리본부 격상 등 정부 차원에서 거버넌스 체계가 더 확실히 세워지고,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어렵겠지만 오늘 같은 토론회도 활성화되면 혼란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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