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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확진자도 피해갈 수 없는 ‘코로나블루'···어떻게 극복할까
비확진자도 피해갈 수 없는 ‘코로나블루'···어떻게 극복할까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4.02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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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연구팀 조사, 코로나로 촉발된 부정적 감정점수 41.2점에서 58점으로 상승
시간갈수록 분노 커져···정신전문의 "뉴스 몰입 자제하고 취미생활 갖는 것도 방법"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밖에 나가지 못하고 ‘셀프 격리’된 사람들 중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신조어 사전에는 이같은 감정의 실체가  ‘코로나우울증(코로나블루)’이란 이름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코로나우울증은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마포구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격리자들은 본인도 피해자이지만 타인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에 노출돼 기침 등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갑작스럽게 극심한 불안감이나 우울을 호소하는 격리자도 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그런 경우에) 호흡법이라든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불안감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안내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욱 샘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최근 상담 시에 마스크 알러지에 대한 불편감을 호소하는 환자나 마스크 갑갑증(공황)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두문불출하고 집안에만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더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단순한 불안이나 공포를 넘어 노이로제(신경증) 수준까지 심각하게 발전한 것”이라며 “이는 정신적 질환의 발병이므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료=출처 한국리서치)
<자료: 한국리서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비해 우울 등 부정적 감정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귀하의 정서와 감정 상태(우울, 걱정, 두려움, 슬픔, 분노 등)는 코로나19 때문에 얼마나 달라졌습니까’라는 질문에 1차 조사(2월11일~2월13일) 당시 점수는 평균 41.2점이었던 데 반해 2차 조사(2월28일~3월2일) 때는 평균 58.0점으로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정도가 16.8점이나 상승했다.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분노’란 감정에 매긴 점수가 6.8점에서 21.6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김상욱 원장은 “불안과 공포가 초기 반응일 것임은 명백하다”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예방수칙을 지켜야하는 당위성, 갇혀 지내는 상황에 대한 갑갑함과 답답함, 마스크를 매일 써야 하는 불편감, 뉴스와 방송의 반복적 멘트에 대한 짜증이 더 커진다”며 분노가 증폭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상욱 원장은 “이러한 양가감정이 충동해 심리적인 압박을 키우고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든다”며 “결국 울화로 이어진 화가 분노 폭발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한국리서치)
(자료=출처 한국리서치)

코로나19에 대한 상황 인식도 점차 비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의 코로나19 인식조사에 따르면 3차조사(3월13일~16일)에서 응답자의 47%가 ‘5~6월’을 종식 시점으로 꼽았던 데 반해 4차조사(3월27일~30일)에서는 36%로 떨어졌다. 반면 ‘7~8월’은 24%에서 27%로, ‘9~10월’은 6%에서 14%로 상승했다. 예상 종식 시점이 점차 늦춰지고 있고, ‘종식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6%에서 10%로 올랐다. 

김상욱 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책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정부가 너무 오래 끌고 있다. 국면전환이 필요해 보인다”며 조심스럽게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외출을 자제하고 만남을 줄이며 셀프 격리에 참여한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돼가고 있어 국민들이 답답함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선 코로나 관련 뉴스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는 등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른바 '불안 자극 조절하기'다. 

김상욱 원장은 “하루종일 뉴스와 방송에 몰입하다보면 바이러스가 주는 해로움, 사망 및 위해성에 대한 정보 때문에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며 “외부활동이 제한되는 요즘 집에서 할 수 있는 가볍고 편안한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몸이 피곤하지 않도록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김 원장은 “내 몸의 면역과 저항력이 든든한 건강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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