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뜻밖의 관련요인 찾아낼 것 기대···데이터 확보가 관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방역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공보의들이 코로나19 환자의 경과 데이터를 모은 뒤 AI(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어떤 환자가 중증 환자로 전환될 지 미리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코로나19 치료와 관련된 환자 데이터를 의료진들이 공유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플랫폼 구축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공협은 “늦어도 1~2주 내에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공협이 개발한 데이터플랫폼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의료진들이 자신이 진료한 환자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코로나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는 개인 지병 등 사적인 정보는 제외하고 치료 경과에 대한 부분만 웹 시스템에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예측분석모델(Predictive Analysis Model)을 통해 어떤 환자가 중증환자로 발전할 지를 예측하게 된다. 웹 시스템에 등록된 환자의 경과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이중 중증환자로 발전할 수 있는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김형갑 회장은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데이터만 (충분히) 쌓이면 모델은 바로 튀어나올 수 있다”며 “이 모델을 통해 중증으로 갈 환자를 의사보다 하루 혹은 몇 시간 더 빨리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AI가 하는) 빅데이터 분석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던 분석 과정 상의 '블랙박스(black-box)' 문제가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문제란 AI가 의학적인 기전들은 무시한 채 엉뚱한 지표들을 환자를 찾아내는 기준으로 삼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패혈증 환자를 초기에 찾아내는 데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블랙박스 문제로 인해 실효성이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었다.
김 회장은 “지금은 우리가 코로나에 대한 병태생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니까 AI의 약점인 블랙박스를 오히려 이용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가 중증환자를 예측하는 데 있어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뜻밖의 요인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 데이터를 올린 의료진들은 다른 환자의 데이터까지 참고할 수 있어 연구나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환자 데이터를 올리지 않았더라도 일반 의사들은 기존 데이터를 2차 가공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
대공협은 “외국에서는 웹 세미나 형태 등을 통해 임상의사 간의 정보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정보교류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의사들 사이에서도 좀 더 폭 넓게 정보 공유를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대공협이 이번에 개발한 데이터플랫폼은 이 외데도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정보 공유 게시판 ▲임상의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웹 세미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에 개발한 플랫폼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중증환자를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선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다.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여야 분석이 가능하고 아직 참여하지 않은 의료인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갑 회장은 “데이터를 제공할 선생님들을 모집하는 것에 골몰하고 있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