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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피해 충분히 보상한다더니···이런저런 핑계에 '불안'한 병원들
코로나 피해 충분히 보상한다더니···이런저런 핑계에 '불안'한 병원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3.30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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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확보해 달랄 땐 언제고···자발적 감염예방 조치 보상에 특히 인색
政 “우선 개산급 지급한 뒤 손실보상심의위 논의 통해 추가 보상 예정”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병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을 약속했지만 막상 본격적인 보상절차가 시작되자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보상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메르스 사태 당시처럼 또다시 생색만 내고 의료계에 피해를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필요하면 추가 논의를 거쳐 더 보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총리 주재 회의서 코로나 피해 의료기관 지원계획 발표

앞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5일 정세균 본부장(총리) 주재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 지원 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 의료기관과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해 기관폐쇄나 업무정지를 당한 의료기관 등을 우선 대상으로 3~4월 중 보상금을 조기지급하기로 했다. 또 대구·경북 지역에만 한정해 시행했던 ‘요양급여비 선지급 특례’나 ‘저리 융자사업’의 대상을 전국 의료기관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손실보상 기준 등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감염병 전담병원’ 등 손실규모가 큰 의료기관에 대해 손실보상액 중 일부를 '개산급(槪算給)'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개산급이란 확정 이전에 금액을 개략적으로 계산하여 사전에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위해 지난 23일 정부는 개산급 지급 대상 및 방법 등을 안내하고 해당 의료기관들로부터 손실보상청구서 및 관련 조사표를 지난 27일까지 제출받았다.

개산급 지급대상은 △정부·지자체가 병상확보를 지시한 의료기관(감염병 전담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운영병원 등) △정부·지자체 조치로 폐쇄·업무정지된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오는 4월 10일 전후로 정부·지자체의 지시로 병상을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병상 손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손실산정은 병상당 1일 단가에 매일 진료에 사용하지 못한 병상 수를 곱해 산정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최일선에서 헌신하는 의료기관의 행정·재정적 어려움을 덜고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최일선에서 헌신하는 의료기관의 행정·재정적 어려움을 덜고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막상 보상절차 시작되자 태도 바꿔

하지만 막상 의료기관들이 보상을 신청하자 정부는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보상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병원장 A씨는 2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막상 보상에 대한 절차가 시작되자 (정부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아주 한정적으로만 보상을 해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가 보상에 특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은 의료기관의 손실보상을 위해 마련한 추경예산항목 외에, 병원들이 감염 예방이나 치료를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투입한 부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예비비와 추경을 통해 마련한 의료기관 손실보상을 위한 재원 약 7000억 원 가운데 의료기관에 투입하기로 한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음압병실 120개 확충예산 300억 원 △음압구급차 등 지원예산 301억 원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확충예산 45억 원 △국립대병원 의료장비 지원예산 375억 원 △의료인 활동수당 지원에 181억 원 △보건의료·연구 인프라 구축 등에 148억 원 등이다. 

A씨는 “이것 빼고 저것 빼면 실제 피해 보상은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담당자의 보고를 받으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며 “결국 메르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된 것도 아닌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기 방역실패 딛고 모범사례로 거듭났건만···정부 "(보상) 산정방식 등 변경 가능"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의료기관들은 일부 병동 폐쇄부터 병원 전체 폐쇄, 의료진의 감염과 자가격리에 따른 업무공백, 외래·수술·입원 환자 감소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경영이 극도로 악화됐다. 

그런 와중에도 이들 병원은 음압병상을 확충하고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방역대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그 결과 유럽이나 미국같은 선진국들 조차도 확진자 수가 급증하게 되자 어느덧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사례로 꼽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는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환자들의 발생을 최접점에서 찾아내고, 자신의 감염은 개의치 않고 주저없이 치료전선에 임하고 있는 의료인들, 시간을 단축하고 진단율을 높인 각종 진단 키트를 밤새워 만들어내고 있는 바이오 회사들, 그리고 방역시책에 잘 따르고 고통을 감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 초기 정부는 중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를 실시하지 않는 등 방역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아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다른 국가들이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고, 심지어 중국마저 자국 문을 걸어잠그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사례로 재조명된 데에는 이처럼 초기 방역실패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관련 업계, 그리고 전 국민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이같은 의료기관의 노력을 외면하고 의료기관 손실 보상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산급은 말 그대로 손실 확정 전에 우선 지급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면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이후에 더 보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수본은 “개산급 지급대상, 지급시기, 산정방식 등의 세부적인 내용은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 논의 등을 통해 변경이 가능하다”며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기관 등의 손실에 대해 손실보상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 적절히 보상할 계획이며 현재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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