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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이 집단감염 온상? "일부 사례를 주범인 양 몰아가"
요양병원이 집단감염 온상? "일부 사례를 주범인 양 몰아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3.27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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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집단감염, '외부감염'이 원인
"정부 정책은 '총'없이 싸우라는 것"···요양병원에 대한 행정명령 없애야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코로나19 신규 확진 추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지만 최근엔 요양원·요양병원이 집단감염의 새로운 온상이 될 조짐을 보이면서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은 집단생활로 인해 감염에 취약할 뿐 아니라, 이곳에 입원한 노인들은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환자일 가능성이 커 확진자 발생시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부는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요양병원 감염 관리의 사각지대로 알려진 ‘간병인’에 대한 감염관리 강화를 위해 마스크 보급, 신규 간병인에 대한 진단검사 의무화, 요양병원 감염예방·관리료의 한시적 신설을 통해 입원환자에게 1인당 1150원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에게 최근 발표한 정부 대책에 대한 평가와 요양시설·기관의 코로나19 집단감염 및 확산을 막기 위해 회원들이나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등에 대해 물어봤다.  

Q. 코로나19 확산의 초점이 ‘요양병원’에 맞춰져 있는데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은 기저질환을 가진 65세 고령자로 '고위험군'에 속한다. 이들은 집단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 한 명이 확진이 되면 ‘집단감염’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전국 요양병원은 1480개인데,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 발원지로 지목된 청도 대남병원(122명)이나 한사랑요양병원(92명), 대구 대실병원(78명), 경산 서요양병원(40명) 등은 대부분 대구·경북 지역에 있다.
그러나 집단감염을 일으킨 의료기관들의 사례를 보면, 병원 내 환자 감염이 아닌 외부 감염이 원인으로 막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요양병원이 감염관리를 잘못해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부분은 잘못됐다. 

Q.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요양병원은 어떻게 대응해왔나

우리 협회는 지난 1월 28일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해 회원들에게 ‘감염 관리’에 만전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해왔다. 다음날부터 곧바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간병인에 대한 근무현황을 조사하는 한편, 2월 중순엔 '코로나19 요양병원 대응 본부'를 발족해 환자와 직원, 간병인 관리 등을 지속적으로 안내하며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입원시설 격리실이나 1인실 준비를 비롯해 △급성기병원에서 전원할 때나 자택에서 입원하는 경우 호흡기 증상을 확인한 뒤 입원 진행 및 음성 확인 시 2주간 특별 병실에서 관리 △전 직원과 환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발열 체크, 동선 관리 등을 안내했다. 

또 정부에 체류기간 만료예정인 중국 동포에 대한 연장 요청과 함께 검체 채취 키트 보급 등을 요구했다.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확산될 경우 앞으로 요양병원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회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료기관별로 노력했지만 코로나 증상이 감기 증세와 같다보니 한사랑요양병원의 경우 간호과장이 확진자가 되면서 집단감염이 일어났다.

Q. 요양병원 집단감염 시 정부가 구상권 등을 청구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요양병원들은 그동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응을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극히 일부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이를 마치 전체 요양병원의 문제인 것처럼 일반화하고, 요양병원의 희생을 외면하면서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화가 났다.

정부 정책은 ‘싸움터에서 총 없이 싸우라’는 말과 같다. 정부는 방역에 필요한 마스크나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입원환자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데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마치 '집단발생의 주범'처럼 몰아가는 듯 한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에 요양병원에 대한 행정명령을 없애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Q. 정부의 간병인 전수조사·감염예방관리료 등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협회는 그동안 △수술용 마스크, 손소독제 및 에탄올 부족 문제 해결 △코로나19 확진 병원의 전체 환자, 직원 대상 진단검사 비용 지원 △급성기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환자 전원할 때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요양병원 인력 및 시설 신고 유예 △방역활동 비용 지원 등을 요청했다. 

코로나 발생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의료인에 대한 마스크 문제가 해결됐고, 진단검사비용 지원, 23일부터 간병인에 대한 마스크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조금 늦었지만 협회가 요구한 것들의 3분의 2 정도가 받아들여졌다. 

요양병원에 신설된 감염예방·관리료는 감염관리 책임 의사나 간호사를 지정하면 되고 급성기병원과 달리 겸직이 가능하게 하는 등 요건을 완화했다. 이번 요양병원 감염예방·관리료 신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예방·관리가 필요하다는 협회의 건의를 보건복지부가 수용한 것으로, 앞으로 요양병원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늦게나마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에 감사하지만, 처음부터 해줬다면 감염 확산을 더 잘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방역을 더욱 잘해 확산을 막으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Q. 요양병원의 '감염전문가 부족'이 감염 확산의 원인이라고 보나

요양병원에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이 ‘감염전문의’ 문제다. 대부분의 요양시설 중 감염관리실은 물론 감염관련 의사를 둔 곳은 많지 않다. 대남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에도 감염전문의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협회는 메르스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양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수가와 인력’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겨우 지난해부터 정부와의 논의가 진행됐고, 올해부터는 감염관리에 대한 수가와 교육 지원이 계획돼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한시적이지만 요양병원 감염예방·관리료를 신설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요양병원에도 감염전담 인력을 의무적으로 채용하고 감염관리 관련 수가가 마련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요양병원에 대해 무관심했다고 본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감염에 취약했던 요양병원에 대한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 

Q. 끝으로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앞으로 필요한 정부의 노력은  

모든 요양병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면 가장 좋겠지만, 일단 확진자가 발생한 요양병원 전 직원 및 환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는 것이 급선무다. 확진자의 직접접촉자와 동선에 따른 접촉자만 전수조사를 해서는 확진자 수를 줄일 수 없다. 

요양병원은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이 생활하는 곳이다. 직접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전파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선제적으로 검사하는 곳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전국을 대상으로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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