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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훨씬 심각한데”···코로나 때문에 밀려나는 일반중증환자들
“코로나보다 훨씬 심각한데”···코로나 때문에 밀려나는 일반중증환자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3.2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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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고열환자, 위급해도 코로나 진단결과 나오기 전엔 치료 못받아
17세 대구소년 사망이 대표적···코로나-일반환자 각각 전담기관 구축해야

"... 신천지 신도가 아니고 확진자 접촉도 없다는 의사 소견으로 가벼운 감기약만 처방받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간단한 검사조차 해주지 않고 선별진료소로 돌려보내 항생제 처방은 물론 코로나19 검사도 받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치료(CT)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의사는 남편의 상태를 보고 '코로나19 사태만 아니면 당장 CT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평소였다면 당장 치료가 시급한 응급환자였을 것입니다. 응급환자들에게만은 코로나19 지침이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한 시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선 병원에서는 발열 등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는 응급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진단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코로나 확진보다 병세가 더 위중한데도 곧바로 치료를 받지 못해 자칫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기관폐쇄 우려해 확진자 입원에 신중···"골든타임 놓칠라" 우려 확산

이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할 경우 의료기관 및 병실이 폐쇄될 것을 우려해 병원들이 고열환자를 진료하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의료기관들은 고열을 앓는 환자가 내원할 경우 우선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먼저 시행한 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입원을 미뤄두고 ‘응급격리실’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코로나 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환자를 입원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가 아닌 다른 병이 의심되더라도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앓다 숨진 17세 고교생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학생은 고열로 병원을 찾았지만 먼저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반 중증환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당장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 의료현장에서도 발열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코로나19’로 치부해 응급격리실에 대기시키거나 집으로 돌려보낼 경우 적시에 치료받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 일반환자 전담의료기관 만들어야···중환자실 자체도 점점 부족

의료계에서는 ‘일반 환자 전담의료기관’을 구축해 일반 환자 및 코로나19 의심환자에 대한 진료부터 처치까지 관리해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간사는 먼저 "고열은 코로나 이외에도 맹장염이나 호흡기 질환 등 상당히 많은 질병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이런 환자들을 코로나19로 치부해 검사결과가 나와야만 치료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은 환자를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일반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진료시스템을 갖춘 전담의료기관을 구축해 발열환자의 증상 원인을 빠르게 찾아 한 곳에서 진료 및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지역별로 공공의료기관이나 민간병원이 나서서 발열환자를 전담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 김 간사는 “일반중증환자 전담의료기관이 생기면 일반환자 진료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이 이뤄지기 위해선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과 보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병실 자체가 부족해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중증환자 및 난치 환자들을 위한 ‘중환자실’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엔 한 남성이 루푸스 환자인 아내가 코로나로 인해 중환자실에 자리가 생기지 않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남성은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생명이 위급한 다른 환자들의 생명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실제로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받기 위해 기존 중환자실 숫자를 줄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지역 의료기관의 경우 전체 중환자실 베드의 4분의 1 가량을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중환자실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은 “경증환자 격리를 위해 중환자실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정작 중환자실을 사용해야 하는 중환자가 들어가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가 장기화로 접어든 상황에 환자 진료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코로나19 지정 전담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전담병원에서 검사부터 대기, 입원까지 한 곳에서 모든 진료와 검사를 진행하고 확진자 증가에 따라 환자 수용이 어려울 경우엔 상급종합병원으로 중환자를 이송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일 질병관리본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의료체계를 신속하게 정비해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일반적인 응급환자, 중증환자도 빨리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병상관리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반중증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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