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계획만 밝혔을 뿐인데···셀트리온의 ‘수상한’ 주가 행보
신약개발 계획만 밝혔을 뿐인데···셀트리온의 ‘수상한’ 주가 행보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3.25 11:1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개월 내 치료제 개발” 발표에 주가폭등···전문가들 “임상신청이나 통과할지 의문”
사스·메르스 때도 삼성병원 등 개발계획 밝혔지만 아직까지 임상신청도 통과 안돼
백신·진단키트 생산 계획도 밝혔지만 전문가들 "현실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무리"

바이오시밀러 업체 셀트리온이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해 오는 7월이면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셀트리온의 발표는 곧바로 이 회사 주가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23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회복환자의 혈액에서 항체 후보군(라이브러리)을 구축하고 항원에 결합하는 300종의 항체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는 등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환자 면역세포를 분양받은 후 3주 만에 1차 후보군을 구축, 항체후보 300종을 확보함으로써 오는 7월 말이면 전 임상과정을 마치고 임상시험이 가능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정진 회장의 발표가 나온 직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만인 24일 셀트리온제약은 주가가 가격제한폭인 1만3150원(29.78%) 오른 5만7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전일 대비 각각 5.14%, 2.41% 상승했다.

하지만 의료계를 중심으로 동물실험은 물론 임상신청도 통과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 4개월 뒤 신종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선 주가 급등을 뒷받침할 만한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 회장의 발표로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불과 며칠 만에 최근 1년 새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5일 장중엔 이 회사 주가가 주당 7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특히 바이오 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악화되던 상황에 비춰볼 때 대단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셀트리온 주가의 호재가 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는 이미 셀트리온 외에도 전 세계 80여 개 제약회사들이 뛰어든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도 질병관리본부에서 개발한 코로나19의 면역세포를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분양받아 항체후보를 확보해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종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신약 개발을 위해선 임상신청에서 식약처 및 IRB 승인, 동물실험 등 전 임상시험, 1상에서 4상에 이르는 임상시험 등 이런 지난한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한다. 최종적으로 신약으로 승인받으려면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성공 확률도 몹시 희박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23일 셀트리온이 발표한 치료제 개발 계획이 지금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임상시험 계획을 밝혔던 여타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셀트리온제약의 최근 주가 급등은 구체적인 실체가 있다기보다는 그동안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선도업체로서 쌓아온 명성에 더해 서정진 회장의 '깜짝' 기자간담회가 시장의 주목을 받은 데 따른 반사효과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서정진 회장의 기자간담회 발언도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 회장은 앞으로 4달 뒤인 7월 말쯤이면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임상 착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임상신청을 하기 전에도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등 전(前)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에만 보통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셀트리온이 다른 기업들처럼 후보물질 300종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결정적으로 현재까지 코로나19를 중화시키는 강력한 항체를 발견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솔직히 (현재로선) 7월 말에 임상신청계획(IND, Investigational New Drug)이나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난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사태 때도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치료제 개발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임상신청조차 승인받은 업체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도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5년간 410억 원을 메르스 백신 개발에 지원하는 등 약 1000억 원을 투입해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임상신청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오는 7월에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착수하겠다는 셀트리온의 발표에 대해 “일단 임상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지만 실제로 통과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7월 말까지 약속한 대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지 못하면 셀트리온 측이 어떤 식으로라도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라도 밝혔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라서 셀트리온이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이번 발표를 한 게 아닌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서정진 회장은 지난 12일에도 코로나 19 치료제를 6개월 이내, 신속 진단키트를 3개월 안에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개발된 치료용 항체는 단기간 예방효과가 있는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 업체인 셀트리온은 아직까지 새로운 백신이나 진단키트를 개발한 전례가 없다. 신약을 제조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약회사도 장담하기 힘든 백신 개발을 이들과 체급 자체가 다른, 기본적으로 카피약을 만드는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서 회장이 이 약속을 지키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본지는 셀트리온 측에 지난 23일 발표한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이 다른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밝힌 기업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질의했지만, 셀트리온 측으로부터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는 답변 외에 더 이상의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아리 2020-03-25 16:50:16
꼭실현되길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