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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요양병원 집단감염시 '손해배상' 청구···의료계 "이제 와 책임전가" 분개
정부, 요양병원 집단감염시 '손해배상' 청구···의료계 "이제 와 책임전가" 분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3.20 18: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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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행정명령 발동해 감시하고 위반시 엄벌
의료계 "격려는 못할망정···무책임한 '정치적 쇼'"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명령 위반에 의해 전국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의료기관들이 피해를 감수해가며 환자 진단과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계를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정작 모든 책임을 의료계로 돌리려 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0일 오전 정례브리핑을 통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요양병원에 감염예방지침 등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요양시설에는 '행정지도'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염에 취약한 노인 등이 모여있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은 집단감염 위험이 크고,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발생할 우려도 큰 만큼 이들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정부의 행정명령을 위반해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요양병원에 대해선 해당 기관에 대한 손실보상 및 재정적 지원을 제한하는 동시에 추가방역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가 생기면 해당 의료기관을 일벌백계하겠다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최근 요양병원과 같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대규모 코로나19 확산 사례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 등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엄포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이날 오후 의협 임시회관에서 진행된 '임상정보 공유 및 중환자 진료 전략 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시했다.

박 부회장은 "의협은 수차례 기자회견과 담화문을 통해 코로나19 초기 방역에 대한 문제점과 감염 유입 차단에 대해 강조해왔지만,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무시했고 결국 코로나19는 전국으로 확산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의료계의 잘못인 양 책임을 묻는 정부와 지자체의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또 "코로나19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 높은 전염력을 가진 바이러스"라며 "병원 내에서 불가항력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해 의료계에 책임을 묻고, 심지어 법적 조치와 소송까지 운운하는 정부에게 매우 깊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최재욱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도 정부의 '적반하장'식 뒷북 대응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의협이 지난 2월 초부터 코로나19 취약지로 판단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정부에 수차례 권고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 요양병원 등에 두어 차례 공문을 보내 서면조사 정도만 해놓고 이제 와서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요양병원 및 시설에 거주하는 환자와 근무자에 대해 방문 조사를 통해 추가감염자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선제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다"며 "선제적 대응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원인을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묻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 쇼이자 악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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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님 2020-03-21 16:20:17
의학적, 과학적, 합리적, 상식적 판단과 집행을 기대합니다.
심리적, 정치적, 선동적 집행을 하는 현 정부 우려됩니다.

이현준 2020-03-23 11:23:44
구상권 청구란 말이 왜 나왔는지 부터 생각해 보는게 어떨까 싶네요 대구의 한사랑요양병원은 직원이 의심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7일이나 출근을 해서 확진자가 늘어났는데 최소 본인이 병원에서 일을하는 사람이라면 바이러스에 대한 생각을 일반인들하고 달리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요양병원이 문제라고 말하기 보다는 요양병원이니까 더 조심하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안하시나요? 정부가 저렇게까지 말했는데도 확진자가 없는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누구 책임인가요? 어쩔수 없다고 하실 건가요?
일반인들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는데 하물며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알아서 더 철저히 지켜야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의협 전체의 생각인지 단순 협회장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편협하다고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