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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식도 역류질환, '백약이 무효'하다면 수술도 방법
위식도 역류질환, '백약이 무효'하다면 수술도 방법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3.13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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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성수 대한위식도역류질환수술연구회장(고려의대 교수)
역류질환 수술치료 가능, 내외과학회 공동합의문 발표 이끌어내
"약물치료 안 듣거나 6개월 이상 장복 필요 시 수술치료 고려해야"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주재로 열린 원탁회의에서 위식도역류질환 관련 내‧외과 학회들이 위식도 역류질환의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여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거나 이로 인해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2016년 기준 국내 환자가 400만 명이 넘을 정도의 다빈도 질환이다.

관련 전문의들은 위식도 역류질환이 만성적인 경향을 보이는데다 재발이 잦아 약물치료는 물론 수술(항역류수술) 등의 치료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환자들은 지나치게 약물치료에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던 중 이번 합의문 도출로 항역류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수술 대상 환자를 구체화하게 된 것이다. 

내‧외과 전문학회가 참여해 국내 항역류수술 적응증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외과가 공동으로 환자 맞춤형 진료를 위한 협진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합의가 도출되는 데에는 박성수 대한위암학회 산하 대한위식도역류질환수술연구회 회장(고려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사진)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박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치료가 잘 되지 않거나 치료가 되더라도 장기간 약을 끊지 못하는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의 경우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항역류 수술은 수십년된 표준치료법으로 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수술이 보편화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위·식도 역류 환자들은 지나치게 약물치료에만 의존해 99.9%가 약물치료만 하고 있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적절한 수술적 치료가 이루어짐으로써 환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약물치료와 수술의 차이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위식도역류질환의 약물치료제인 위산분비억제제는 식도로 역류하는 위산의 양을 감소시키지만 음식물 자체의 역류를 막지 못해 근본적인 치료라고 볼 수 없는 반면, 항역류 수술은 위의 상부(위저부)를 이용해 식도 하부를 강화시켜 역류 자체를 방지해 치료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진다”며 “또 수술 시 치명적인 합병증이 없어 재발할 우려도 없고, 수술 2~3일 후면 퇴원해 2~6주간 유동식 위주로 식사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 적용까지 되고 있어 장기간 약물치료를 하는 것보다 환자 입장에서 훨씬 더 치료비도 적게 들고, 경제성 평가를 통해 건강보험 측면에서도 수술 후 9년 후면 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항역류수술의 치료효과가 탁월하지만 이번에 내·외과의 공동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항역류 수술은 외국에서는 이미 1950년대부터 보편화되어 있지만 국내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내과에서 인정을 받지 못해 외과 측에서 직접 자료데이터를 만들어 발표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했던 보건복지부 사업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이하 NHCR)’의 일환인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의 효과 비교 및 경제성 평가(2018)’를 박 회장과 중앙대병원 박중민 교수, 고신대병원 서경원 교수가 진행한 것.

연구팀이 2018년 2월부터 8월까지 항역류수술을 받은 51명의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치료 3개월 후 가슴쓰림 및 산역류 증상이 대부분 호전되었고 삼킴장애, 트림장애 등의 주요 합병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박 회장은 당시 “연구비 8000만 원으로 10개월간 전향적 연구를 했는데 이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조건"이라며 "연구비로 식사도 한 번 하지 못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그 이후로 국책 연구는 꺼릴 정도”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NHCR 연구결과와 미국, 일본 등의 임상진료지침을 토대로 항역류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내과를 설득해 내·외과 공동으로 수술 대상 환자를 구체화했다”며 “이로써 약물치료가 잘 되지 않거나, 치료가 되더라도 6개월 이상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식도산도검사를 통해 위식도역류질환 확진을 받으면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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