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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들를까 걱정'은 '옛말'···경영난에 자발적 폐업 고민하는 개원가
'확진자 들를까 걱정'은 '옛말'···경영난에 자발적 폐업 고민하는 개원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3.13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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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에 환자수 평소 절반 수준으로 '뚝'
진료시간 축소, 무급휴가 등으로 근근히 버텨내
"현 상황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구조조정해야 할 것"

“요즘 의사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확진자가 방문해 2주 정도 폐업했다 일부라도 보상을 받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지경입니다."

정신과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최근 환자 수가 평소보다 30% 이상 감소하면서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A원장은 “환자가 줄어들다 보니 오후 5시만 넘어도 병원을 찾는 환자가 거의 없다"며 “요즘 같은 상황이 더 이어지고 건물 임대료 등에 변화가 없으면 직원 감축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른 충격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코로나 감염환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의료계는 사태 초기부터 선별진료소 등에서 현장 의료진들이 감염환자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며 매일같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여파가 동네 구석구석까지 침투하는 분위기다. 사실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개원가에서는 환자가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꼭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만 병원을 찾으면서 불필요한 의료쇼핑이 줄어드는 등 이번 사태가 의료문화 측면에서 일견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대구를 시작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사태 초기만 해도 확진환자가 방문해 의료기관이 폐쇄될 것을 우려했다면, 최근엔 '병원 문을 여는 것이 오히려 적자를 키우는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자발적' 폐업을 고려하는 의료인들이 나올 정도다. 

B내과의원 원장은 "2월 한 달에만 환자가 약 20% 감소한 것 같다"며 "그나마 독감 시즌이라 환자가 있었지만 3월엔 평소보다 환자가 40~5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A원장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는 현재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그저 ‘버텨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토로했다. 

일선 의료기관들은 환자 감소로 인한 경영 악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인력 감축과 함께 진료시간 단축, 무급 휴가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초 개원한 C클리닉 원장은 “감기 및 호흡기 등에 대한 직접적인 진료를 보는 과가 아닌데도 환자가 40% 정도 감소했다"며 “혼자 아등바등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 인건비나 임대료 부담이 덜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중소병원 원장들은 "당장 돌아오는 월급날이 두렵다"고 말한다. 

한 의료기관 원장은 “이번달은 겨우 넘어갔지만, 병원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언제까지 직원들에게 정상적인 급여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역에서 소소하게 개원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경우 현금을 쌓아놓고 사는 것도 아닌 만큼 병원을 유지할 방법이 없으니 휴업이든 폐업이든 고려해야 하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D척추·관절통증 전문병원의 경우 직원들이 나서서 연차를 소진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구조조정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 병원 원장 E씨는 “2월까지만 해도 병원 매출이 평소에 비해 80% 수준이어서 병원 운영에 큰 타격은 없었는데, 3월에 들어서면서 환자가 급격히 감소해 매출의 50%까지 줄었다”며 “한 두달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9년 간 함께해온 직원들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기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및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씨는 “당장 적자로 인해 약품이나 의료 재료비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업체에서 재료를 못받게 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며 “자금이 충분치 않은 의료기관들은 이번 사태를 이겨나가는데 매우 힘들 것 같다"며 정부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의료계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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