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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힘들어요"···마스크 판매 포기하는 약국들
"우리도 힘들어요"···마스크 판매 포기하는 약국들
  • 이한솔 기자
  • 승인 2020.03.12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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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부족으로 손님 불만 폭주하자 약국 200여곳 취급 안하기로
우체국 5부제 시행으로 혼잡 가중···정부 "군 인력 지원방안 검토"
서대문구 소재 한 약국. 때를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구매인파에 "우리 약국은 공적마스크를 취급하지 않습니다"라고 붙여놓았다.
서대문구 소재 한 약국. 때를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구매인파에, 입구에"우리 약국은 공적마스크를 취급하지 않습니다"라고 붙여놓았다.

정부가 시중 약국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도록 하면서 마스크를 구하는 발길이 약국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수급이 불안정한 까닭에 금세 물량이 소진되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공적 마스크 판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판매를 중단하는 약국들이 늘어나고있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현재 전체 약국의 1% 정도가 공적 마스크 취급을 포기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약국 수가 2만3000여개소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취급을 포기한 약국 수는 200여곳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마스크 구매자들이 약국 문을 부수다시피 밀고 들어오려 하는 등 험한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아예 (판매를) 포기하는 분들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11일부터 우체국에서도 마스크 판매 5부제가 시행되면서 이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복구매 확인시스템 서버 접속이 폭주해 시스템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선 약국들은 시스템 접속대신 수기로 작성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약사 A씨는 “갑자기 시스템이 먹통이 돼 구매자를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며 “(수기로) 적어놓고 판매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이 돌아올까봐 손님들을 기다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우체국 5부제 시행으로 여러 계정으로 서버접속이 진행되다보니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조만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약국에서는 마스크 수요 대비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현 상황이 지속되는 한 마스크 구매를 둘러싼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약국 문 열기가 겁이 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공적마스크 구매문의와 관련 업무로 처방 등 주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요대비 공급수량이 충분하지 않아 국민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국 직원이 입구에 나와 방문하는 이들에게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
약국 직원이 입구에 나와 방문하는 이들에게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

일부 영세한 동네약국 중에는 약국 내에 PC가 없어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공적 마스크 판매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판매를 '못'하는 것이지만, 시민들은 아랑곳 않고 불만을 쏟아낸다.

서대문구 소재 약국 직원 B씨는 “PC가 없어 공적마스크 판매를 할 수 없는 탓에, 문 앞에 ‘취급하지 않는다’고 적어 놨다”며 “그럼에도 일부러 숨겨놓고 팔지 않는 것 아니냐며 밀고 들어오기도 해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방부 인력 등을 동원해 약국에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국이 공적마스크 취급을 포기하더라도 문제삼을 수는 없다"며 “군 인력을 통한 (약국)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대한 포기하는 판매처가 없도록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판매를) 포기하는 약국들이 늘어난다고 해도 요양정보시스템 등 (약국만큼) 모든 조건을 충족한 판매처도 없기 때문에 공적 판매처를 수정할 수는 없다"며 “약국에 소분포장을 사비로 구매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소분포장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약국을 홀로 운영하거나 일손부족을 호소하는 약국들을 대상으로 최소 2500개소 이상에 대한 인력지원을 약속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약사회를 통해 수요조사를 거친 뒤 1개소당 3시간의 근로인력 1명을 투입해 14일간 지원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특별교부금 11억을 긴급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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