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채취 안되면 한약이라도 지어주겠다···한의계의 불가해한 '코로나' 구애
검체채취 안되면 한약이라도 지어주겠다···한의계의 불가해한 '코로나' 구애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3.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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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에 '무료로 한약 처방하겠다'
의료계 "약 팔기 위한 상술···자칫 환자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

코로나19 확진자 진료에 참여하겠다는 한의계의 제안을 정부가 거절하자 한의계가 이번엔 전화 상담을 통해 한약을 처방하겠다는 등의 제안을 내놨다. 정부가 법적인 문제 등을 이유로 한의계의 참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음에도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제안을 또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의료계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치료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할 수 있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한의협은 지난 9일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해 무료 한약처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무상으로 한약을 처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대구시가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의료봉사에서 한의계를 배제하자 한의계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대안이다.

앞서 정부가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사할 의료인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자 전국적으로 70여명의 공중보건한의사들이 선별진료센터 파견과 검체채취 업무 수행을 하겠다며 자원했다. 하지만 정부와 대구시는 이들의 투입을 보류했다.

그러자 한의계는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 치료에 한의학을 활용하는 한편 역학조사·검체채취에 한의사들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또한 대구 지역에 한의사를 즉각 배치해줄 것과 코로나19 확진자의 한방병원 입원 허용, 자가격리자에 대한 한의사 전화 상담 등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한의협의 이 같은 요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 제2조 13호는 '감염병환자'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진단 기준에 따라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진단이나 질병관리본부·보건소 등 감염병병원체 확인기관의 실험실 검사를 통해 확인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의사들은 이를 근거로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한의계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한의계의 제안은 감사하지만, 한의사가 방역에 투입될 경우 법적 분쟁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의사들이 코로나19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섣불리 조치할 경우 예상치 못한 갈등이나 법적 책임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한의계의 요구에 대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나라가 혼란스러운 틈을 이용한 한의계의 행보에 대해선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가 한의협의 참여를 반대한 이유는 ‘한의학’의 효능에 대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약이 폐에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이는 결국 '약을 팔기 위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위급하고 위험한 시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한의계가 전화상담을 통해 한약을 처방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확진자 동선 공개로 인한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한의협의 이익을 위해 확진자의 전화번호까지 노출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어려운 시기에 한의계가 도울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홍성진 서울특별시의사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의사와 한의사의 진료 영역이 의료법상 엄연히 나눠져 있고, 현 시점에서 한의사가 검사채취를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정부나 대구시도 한의사들의 진료 참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법적인 문제점을 먼저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단순히 전화 상담을 통해 무료로 한약을 처방한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검증되지 않은 몇 백년 전 자료를 중심으로 약을 처방한다는 것 자체가 환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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