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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 후보생에 의료봉사 지원 받아놓고, 정부 '나 몰라라'
군의관 후보생에 의료봉사 지원 받아놓고, 정부 '나 몰라라'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3.10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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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 이달초 코로나19 의료지원 모집신청 문자 보내
선정된 90여명 내일 입대하는데 집결지조차 공지 안해
애매모호한 공지 때문에 일부는 지원단계서 신청 포기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군의관들에게 코로나19 의료지원을 위한 파견 신청을 받아놓고 입영일 이틀 전까지도 집결지 등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아 파견이 확정된 90여명의 군의관들이 혼란에 빠졌다. 지난 4일 병무청을 통해서 코로나19 지역 진료 자원을 신청 받았지만 집결지와 근무 장소, 업무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공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7일 국방부가 파견 확정자에게 전송한 문자

이번에 파견이 확정된 양현영 군의관 후보생은 “신청 접수 마감 기한(4일)까지도 세부적인 안내가 없어서 혼란스러웠는데 선발이 확정된 7일에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7일 양 후보생이 국방부로부터 파견 확정 통보를 받은 문자에는 “3월 11일부터 3월 말까지 의료지원 수행 후 4월 10일 입영할 예정”이라는 근무 기간 외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양 후보생은 “당장 시급한 숙박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배치 후 감염시 임관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빠져있어 답답했다”고 호소했다. 앞으로의 일정과 관련해서는 “추후 배치계획은 중수본이나 개별적인 시·도에서, 입영 관련 사항은 국방부에서 알려드릴 예정”이라는 설명이 전부였다.

9일 중수본에서 파견 확정자에게 전송한 문자
9일 중수본에서 양현영 군의관 후보생에게 전송한 문자

중수본에서는 이틀 늦은 9일 오후 4시 20분경에야 안내 문자가 전송됐다. 이전 공지에는 없던 배치 지역, 수당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지만 중수본의 안내 문자 역시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양 후보생은 “‘확진자 진료 및 방역 업무’를 맡는다고 적혀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며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것인지, 병동에서 일하는 것인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양현영 군의관 후보생은 파견 지역이 대구가 아닌 서울이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 대구·경북 지역이기 때문이다. 양 후보생은 “(처음에도 대구 지원이 아닌) 코로나 지원 업무라고만 돼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막연하게) 대구쪽이겠거니 생각했다”고 고 말했다.

이같은 혼란은 신청기간 때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병무청이 신청 공고를 올릴 때도 파견 지역, 숙박, 훈련일정 등 세부사항에 대해 아무런 안내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발 여부에 대한 발표 과정도 불투명했다. 주말에 갑자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한 군의관 후보생은 “대구에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청 탈락 문자가 와서 황당했다”고도 말했다. 

이처럼 불투명한 전형 과정으로 인해 일부 군의관 후보생들은 마감 시한 직전까지 지원 여부를 고민하다 결국 지원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번에 군의관 후보생이 되는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회장도 그 중 하나다.

이 전 회장은 혹시 모를 감염시 임관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원 신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의관들은 1년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 6주간의 훈련을 수료해야 하는데 감염이 돼 격리될 경우 이 훈련을 못 받게 된다”며 “훈련은 임관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다음해에 훈련을 받아야 임관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군의관들 사이에서 많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병무청에 지속적으로 문의를 했지만 “아직 협의 중”이라는 말만 돌아왔고, 결국 신청을 포기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여전히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논의 중”이라며 “현장 지원이 끝나고 임용 이후 평가 기준이나 훈련 일정 등에 대해서는 현재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확진이 됐을 경우 임관에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한다는 내용은 신청 기간 초기부터 공지를 했다”며 “임관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고 공지를 했는데도 (표현상의 문제로 애매하게) 느끼셨을지도 모르지만 그 부분(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은 명확하다”고 분명히 밝혔다.

3일 병무청이 파견 신청자들에게 전송한 문자
3일 병무청이 파견 신청자들에게 전송한 문자

하지만 이같은 혼란은 애초 애매한 표현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병무청이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자원이 확정된 군의관 후보생들이 3일 받은 안내 문자에는 “코로나19 대응지원으로 인해 인사상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임분류 방법을 개선하고, 확진판정자의 교육과정 개설 등을 검토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돼 있다. ‘확정’이 아닌 ‘검토’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후보생들 입장에선 "나중에 다른 결정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송준헌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인력관리팀 팀장은 군의관 후보생 자원 신청이 이처럼 차질을 빚게 된 이유에 대해 “병무청에서 지원자 수를 확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신청자를 먼저 받고 배치 지역에 할당하는 식으로) 진행이 거꾸로 됐다”며 “지자체 (의료 인력) 수요를 조사하는 과정도 있다 보니 (선발 과정이) 지체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팀장은 “행정이 급하게 이뤄져서 불편을 끼쳐드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군의관 자원 신청자 수는 190여명으로 중수본이 진료과목 등을 기준으로 신청자를 선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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