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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공급 끊긴 마스크 대란···정부 "우리 탓 아냐"
의료계 공급 끊긴 마스크 대란···정부 "우리 탓 아냐"
  • 권민지·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3.04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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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적판매처에 50% 선공조치 후 의협 등에 기존 납품 뚝 끊겨
조달청 "기존 계약 취소하라 안했다"···식약처 "사전계약 취소 불가피"
의협 나라장터 사이트에 뜬 긴급공지 팝업

정부가 공적 판매처를 통해 판매할 마스크를 무분별하게 확보하는 과정에서 의료인들에게 가야 할 마스크마저 부족해졌다는 사실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 간에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을 두고 정부 부처 내에서도 다소 엇갈린 해명이 나오고 있다. 공적 판매처로 수급할 마스크를 조달하는 조달청은 "(공급업체들에게) 기존 계약을 취소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마스크 판매대책을 총괄하는 식약처는 "(공적 판매처에 50% 이상 공급하라는) 고시를 이행하기 위해선 "사전에 이루어진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의 한 지역의사회는 기존에 마스크를 공급받던 업체로부터 '정부 쪽에 먼저 납품을 해야 해서 더이상 물량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본지 3월3일 '시중에 마스크 공급하려고 의사에게 줄 마스크마저 뺏어가나' 기사 참조>

대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의사장터도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해 오던 마스크 판매를 마스크 공급 물량 부족으로 지난 3일 일시 중단했다. 의협은 3일 의사장터 홈페이지에 게재한 팝업창을 통해 “정부 정책이 변경되어 물량반출을 할 수 없다고 제조업자들로부터 11시 30분경 갑작스런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의사장터 담당자는 “상황 파악 및 대책 마련 중”이라며 “정확한 정부 정책 관련 소식을 파악해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본지 취재 결과, 마스크 제조업체로부터 마스크를 확보해 의사협회에 공급하던 한 업체는 공적판매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존 제조업체들로부터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근 정부가 공적판매처를 통해 시중 마스크 물량의 50%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조달청이 시중의 마스크 공급업체들로부터 무리하게 마스크 확보에 나서면서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여 보좌관은 “’조달청으로 (마스크를) 수급하라’는 정부 시책은 없었다”며 “정부 정책으로 인해 마스크 공급이 중단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여 보좌관은 “사실관계를 알아보니 의사장터에 공급하던 3곳의 마스크 생산업체에 (자체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한 업체는 오후에 (늦게) 공급을 했고, 나머지 두 개 업체는 생산물량을 여러 곳에 많이 계약하면서 해당 물량을 다른 곳으로 먼저 보냈고, 의사장터에 공급할 물량을 생산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의협에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 건 정부 때문이 아니라 개별 업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여 보좌관은 “정부는 지난 27일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도 ‘의료기관 공급을 위한 판매처’로 지정한 바 있다”며 의료기관 공급을 위한 판매처 목록을 띄웠다. 

출처=여준성 복지부 장관 정책 보좌관 SNS
출처=여준성 복지부 장관 정책 보좌관 SNS

해당 공문에 따르면 마스크 공급업체가 의사협회에 물품을 납품할 경우엔 '공적판매처'에 출고한 것으로 간주된다. 업체들이 공적판매처에 물량을 먼저 주기 위해 의협에 납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조달청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달청 대변인실은 “조달청에서는 공적 물량 공급을 이유로 민간업체에 기존 계약을 취소하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며 "조달청에서는 그러한 지시를 내릴 권한도 없고 조달청은 식약처가 주관하는 합동점검반에서 정해 내려오는 지침을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여전히 마스크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는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적 마스크 수급업체 1곳과 3일 협의해 8만 장을 공급받기로 했다”면서도 “이는 의사장터에서 예약받은 건수의 20%밖에 소화가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특히 의협이 정부 지정 마스크 판매처임에도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 “공적 마스크를 공급받는다고 해도 또 다른 지정 판매처와 조정을 해서 마스크 수급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146만 장(3일 기준)이나 공급을 했다고 하는데 체감 수준은 반의 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의협과 마찬가지로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지정된 병원협회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적 마스크 지원을 1개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협과 병협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식약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매일 공적 마스크 수십만 장을 푸는데 왜 의료기관 판매처에 전달이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매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물량으로 지급하라는 고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루어진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4일 국회 법사위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이날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의경 식약처장에게 “기존에 잘 공급이 되던 의협도 조달청이 개입해서 공급이 중단됐다. 식약처가 차단했다"며 "왜 잘 공급되던 마스크를 조달청이 개입해서 중단케 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의경 처장은 “물품과 물량을 중앙에서 공급해 효율화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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