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9 (금)
[인터뷰]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대구 의료진의 시계는 쏜살같이 간다
[인터뷰]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대구 의료진의 시계는 쏜살같이 간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3.04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의사회 호소에 직접 대구로 내려간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
메르스 사태 당시 만들어진 환자 지침, 지금 현실에 적용 어려워
"정부가 의료계와 함께 코로나 사태 종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대구시의사회 호소에 대구로 달려간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대구 서구구민운동장에 설치된 'Drive-thru'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봉사 중이다. <사진제공: 의협신문>

“지금 대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현장 근무자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지원 없이 코로나19 확진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의 치열한 모습에 눈물과 함께 화가 날 지경입니다."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환자를 진료할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대구시의사회의 호소에 한달음에 대구로 달려갔다. 

지난 1일부터 대구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방 부회장과의 통화에서 첫마디는 “오늘이 무슨 요일이에요?”였다. 현재 대구의 의료진들은 모두 시간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대구로 향하기 전 “상근부회장으로서 대구지역에 파견된 의료진들의 선두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코로나19로부터 지역감염 확산을 막는 한편 확진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의 노력에 비해 정부의 대응이 아쉽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 중 대구지역 환자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구의 상황은 심각하다. 대구지역의 경우 확진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해 경증환자의 경우 자가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늘어나는 환자를 수용할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해 정부와 의협이 나서서 대구에 파견할 의사를 모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정부의 안일함이 코로나 확진자를 증식시켰다고 이야기한다. 방 부회장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의료계와 함께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Drive-thru'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의협신문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Drive-thru'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의협신문>

우선 그는 코로나19 확진환자에 대한 입원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가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기준은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보니 현실에서 적용하는데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의 경우 치사율이 38%로, 확진되면 환자를 음압병실에 입원시켜 집중케어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전염력은 높지만 전체 환자의 80%가 경증환자로 치사율이 낮은데도 대부분 음압병실에 입원하다보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방 부회장은 “경증도와 중증도 체계화를 통해 환자분류 작업을 시행해 나눠서 치료해야 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환자라고 무조건 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체계가 아닌, 지역 내 연수원을 치료병원으로 전환해 증상이 미미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의료인력 수급 및 활용’ 방안도 의협에 위임한 뒤 원활한 진료시스템을 구축해 이 난국을 헤쳐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방 부회장은 "연수원에 경증환자를 수용할 경우 이들을 돌볼 의료진도 함께 필요하다"며 "정부가 군의관과 공보의를 의무적으로 대구에 배치하고 있는데, 이런 인력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민간자원을 활용해야 하는데, 의협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즉, 환자를 진료하고 분류하는 것은 물론, 의료인력의 모집·활용과 함께 환자가 시설로 가는 이송시스템부터 관리까지 모두 의료계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의협이 아닌, 정부에 듣기 좋은 말만 해온 의료계 단체들과 손을 잡고 코로나19에 대처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잘못을 가리기 전에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또한 “코로나19를 종식시키려면 방역도 중요하지만, 의료인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의협과 머리를 맞대고 한정된 의료자원을 잘 활용해 코로나19로부터 국민건강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방 부회장은 “질병관리본부나 보건소, 의료계가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시각은 모두 다를 수 있지만,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우선적으로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는 대구·경북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코로나19에 질 수 없다"면서 "코로나19로 수고하고 있는 동료의사들에게 감사하며, ‘우리는 의사다’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