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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 입어라→'원하면' 방역복 주겠다?···오락가락 해명에 불안한 방역현장
가운 입어라→'원하면' 방역복 주겠다?···오락가락 해명에 불안한 방역현장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2.28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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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보도설명자료 내고 "레벨D 보호복 '착용해야 하면' 계속 지원"
장관 보좌관은 "원하면 레벨D 지급"···'물량 충분하냐' 질문엔 "확답 못해"

‘레벨D 방역복 대신 가운을 착용하라’는 정부의 지침이 대한공보의협의회와 지역의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질병관리본부가 이에 대한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설명자료에 담긴 내용도 명확하지 않아 정부가 애매한 설명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검체를 채취해야 하는 의료진 등에 방역복 대신 가운을 착용하도록 한 데 대한 해명에 나섰다. 질본은 "전신보호복 대신 착용해야 하는 가운은 일반 가운이 아니라 '일회용 방수성 긴팔 가운'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질본은 또 “레벨 D 보호복을 착용해야 하는 의료진 등에게 레벨 D보호복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이 또다시 논란을 야기했다. 

당장 현장의 의료진들이 "레벨D 보호복을 착용해야 하는 경우가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이지 않다", "레벨 D 보호복 착용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등 표현의 애매모호함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이 설명자료를 SNS에 인용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여 보좌관은 SNS 게시글에서 “레벨D 보호복을 ‘원하는’ 의료인에게 지급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설명자료에는 '착용해야 하는' 의료진이라고 적혀 있어 당국이 누가 착용할 지를 정해주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여 보좌관은 의료진 본인이 원할 경우 착용이 가능한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일부 의료인들은 여 보좌관의 SNS에 직접 댓글을 달아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정현돈 서울강한정형외과 부원장은 댓글을 통해 “‘의료진 본인은 착용을 원하지만, 상부에서는 착용을 해야 하는 경우는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까지 반드시 100% 지급이 된다고 보장하실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이에 여 보좌관은 “(레벨D 보호복과 가운) 두 가지 중에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자료 마지막 페이지에 짙게 표시된 부분이 해당 내용"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설명자료 어디에도 ‘원하는’이라고 명시된 부분은 없다. 또 여 보좌관이 말한 ‘짙게 표시된 부분’도 자료만 봐서는 선택하도록 했다는 의미로 보기가 어렵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은 “해당 내용은 방역관이나 공무원들이 레벨 D 착용 불가를 판단하면 방역복을 안 주겠다는 것이냐”며 “레벨D 방역복을 착용해야하는 상황을 판단하는 '주체'를 명확하게 의사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의사들이 방역복 없이 검체를 채취하다가 감염되면 슈퍼전파자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는 더 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자원관리팀 관계자는 '방역복 물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본지의 질문에 “현재까지는 지원 가능한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물량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에 '현재까지는 방역복 물량이 충분한 것이냐'고 묻자 “충분하다고 확답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럼 부족한 것이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설명자료와 마찬가지로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조중현 대한공보의협의회 회장은 “공문에 어구가 어떻게 쓰여졌는지를 따지기보다 지금은 현장에 레벨 D 방역복이 도착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일단은) 레벨 D 방역복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내용 자체에 안심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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