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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복 대신 가운 입어라···의료계 "의사가 일회용이냐" 반발 확산
방역복 대신 가운 입어라···의료계 "의사가 일회용이냐" 반발 확산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2.28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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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레벨D 방역복 대신 가운 입고 검체채취하란 지침 내리자
의료계, '등 부분 노출되는 등 채취요원 안전 지킬 수 없어' 반발
대공협, 방역복 물자 부족은 "정부가 채취속도 무리하게 맞춘 탓"
의료용 가운

정부가 검체 채취 현장에서 '레벨D' 방역복 대신 의료용 가운을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을 두고 공보의를 비롯한 현장 의료인들이 "의료인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정부는 오해가 있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한공보의협의회와 지역의사회는 정부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며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중현 대한공보의협의회(대공협) 회장은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보의들이 레벨 D 방역복을 착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아직까지 의견서에 대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답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공협에는 방역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들로부터 방역복과 관련한 문의와 불만 제기가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다. 조 회장은 “‘가운 입고 검체 채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때 현장에 있는 공보의들로부터 '검체 채취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냐’는 등의 문의가 쏟아졌다”며 “공보의들 사이에서는 ‘보호구가 일회용이 아니라 의사가 일회용이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방역복 물자가 부족해진 이유에 대해 "정부가 검체 채취 속도를 무리하게 맞춘 탓"이라고 말했다.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 증가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는데 이 속도에 맞춰 검체 채취를 무리하게 하려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또 “중앙에서 가이드가 내려왔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레벨D 방역복을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은 핑계”라며 “반드시 레벨 D 방역복을 입고 공보의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의사회에서도 이같은 취지에 공감해 방역복 수호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은 “방역복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전라남도청 복지부 국장과 통화를 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전국의 시·도로 가이드를 내린 만큼 방역복 문제가 전라남도를 넘어서 전국 의사들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에게도 방역복 관련 문제를 전달했다”며 “의협에서도 조치가 이뤄질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가운은 등쪽이 오픈돼있어 검체 채취를 하다 보면 비말 등이 튀어 감염될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며 “젊은 의사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데,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북도의사회측도 “총리실 사무관과 핫라인을 구축해 방역복을 지급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지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 안전은 언제나 최우선이어야한다”며 “물품 조달을 어떻게든 반드시 해서 레벨 D 방역복을 입고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역복 논란은 지난 26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전국 시·도에 내려 보낸 공문에서 비롯됐다. 해당 공문에는 “보호구 소요량 증가 및 의료기관 건의를 바탕으로 선별진료소, 격리 공간에서 검체 채취시 전신 보호복이 아닌 가운 사용을 권장"이라고 명시돼 있다. 방역복 사용량이 늘어나 원활한 수급 지원이 어려우니 방역복 대신 '가운'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즉각 의료진들로부터 중수본이 권고하는 가운은 등 부분이 오픈돼있어 바이러스로부터 완벽한 방역이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대공협도 공문이 내려온 당일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급박한 상황에 원칙과 현장의 괴리가 생기는 건 불가피하다”면서도 “방호복에 여전히 남아 있는 비말로도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와중에 온전한 차폐가 불가능한 보호구로 방역의 일선에 서는 것은 소명을 다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을 사지로 내보내는 것과 다름 없다”고 밝혔다. 다른 의사단체도 이에 동참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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