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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서 마스크 쓴 부장님께 "누구세요?"···코로나가 바꿔놓은 직장 풍경
사무실서 마스크 쓴 부장님께 "누구세요?"···코로나가 바꿔놓은 직장 풍경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2.28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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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침투하듯 일상 곳곳에 침투한 코로나 염려증

서울의 한 회사에 다니는 송예영(29) 씨는 요즘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해 몸이 찌뿌드드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회사에서 한 달 전부터 평소 애용하던 사내 헬스장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점심 시간에 같은 부서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던 정겨운 풍경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송씨는 “코로나 때문에 회사에서 식사시간도 4교대로 늘어났고 지그재그로 앉아서 밥을 먹고 있어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본 사진은 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본 사진은 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뿐 아니라, 감염과 무관한 사람들의 일상마저 바꿔놓고 있다. 감염에 대한 우려가 일상 곳곳에 '침투'하면서 전과는 다른 방식의 삶을 추구하도록 사람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전히 생업을 위해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태를 몸소 겪어내고 있다. 

◆점심은 되도록 안에서 해결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김병철(33)씨는 최근 매일같이 회사 안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회사 밖 식당에 나가서 사먹곤 했는데, 요즘에는 회사에서 부서별로 도시락을 시켜먹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의 회사는 외부 미팅과 내부 미팅도 모두 없앴다. 되도록 사람들간의 접촉을 없애 감염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미팅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화상회의나 유선회의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직원 김단아(30)씨도 주로 학교 밖 식당에서 사먹던 점심을 요즘엔 학교 안에서 해결하고 있다. 김 씨는 “가능한 구내식당을 이용하라는 권고가 학교측으로부터 내려와 가능한 외부식당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근 후 첫번째 업무는 '체온' 측정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여주경(25)씨는 출근하자마자 발열 체크부터 시작한다. 여 씨는 “출근 직후 발열 체크를 한 뒤 사번과 핸드폰 번호를 기록한다”며 “발열 체크 내역은 매일 상부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매일 체온을 측정하는 것 외에도 최근 여씨의 직장 생활엔 변화가 많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여씨는 산모와 아기간에 애착관계 형성을 도와주기 위해 수유 연습 등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최근 이마저도 금지됐다. 엄마와 아기 사이의 '접촉'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여씨는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면회도 일부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직으로 일하는 임경선(29)씨도 매일 아침 출근 직후 체온계로 체온부터 측정한다. 임 씨는 또 코로나19 유행 이후 사람들의 일상 행동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사할 때 물컵을 전해주는 것처럼 서로의 물건을 잡아주는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며 “회사에서는 품귀현상이라는데도 마스크를 구해 직접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지역 여행 갔다 접근금지, 재택근무도 흔해져

충남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민진(29)씨는 개학을 앞두고 안동과 포항에 여행을 다녀왔다가 학교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됐다. 방학 기간에도 일주일에 2~3일은 출근을 해야 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측에서 잠복기인 2주가 지나기 전까지 출근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백 씨는 “다음주면 개학인데 아이들은 점심시간마다 급식실에서 모여 밥을 먹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조영탁(32)씨는 지난 26일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조씨의 회사에서 당분간 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초기만 해도 대부분 회사들이 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오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이 있는 경우에 한해 재택근무를 지시했지만 최근엔 조씨의 회사처럼 선제적으로 재택근무를 권유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조씨는 출퇴근 시간은 사내 출결 시스템을 통해 '양심껏'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조 씨는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다보니 혹시 근처에 무증상자가 있을지 몰라 걱정했는데 재택근무를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회식은 미루고, 미팅은 줄이고

회사원 최종원(31)씨는 “보통 일주일에 2번은 회사 내부 미팅이 있었는데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외부 미팅의 경우에도 변경이 불가능한 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취소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직원들간에 접촉이 줄어들면서 사내 분위기는 더 까칠해졌다고 한다. 최씨는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을 ‘잔기침’도 이제는 눈치를 봐가면서 한다"며 “잔기침을 하다가 눈치가 보여서 회사 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사내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회사원 김민식(30)씨는 “회사에서 동호회 활동이나 팀 회식등을 가급적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씨의 회사도 가급적 미팅을 피하는 분위기다. 부득이 외부인과 미팅을 할 경우엔 전과 달리 회사에서 지정된 장소에서만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혹시라도 모를 감염에 대비해 감염 장소를 제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사내에서도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서로 얼굴을 알아보기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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