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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른 지역 의사들에겐 차마 와달라 못하겠더라"
[인터뷰] "다른 지역 의사들에겐 차마 와달라 못하겠더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2.27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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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현장으로 와달라' 회원들에 호소한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
타지역 의료인 감염될까 걱정···"지역내 의사들과 난국 헤쳐나갈 것"
의료물품 턱없이 부족한데 현장에선 어려움 전달할 창구조차 없어
코로나19 격리환자를 돌보기 위해 방호복을 입은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가운데). 

“지금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응급실로 와 달라!”

지난 25일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이 5700여 대구시의사회 소속 의사 회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내과 전문의인 이 회장 본인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운영을 중단하고 코로나 환자들이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같은 이 회장의 호소는 금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구 지역 의료인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대구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을 돕겠다는 성원이 답지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이달 24일부터 대구 지역에서 봉사할 의료인을 모집한 결과 이날 오전 9시까지 총 490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지난 1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불과 9일만인 27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여전히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구는 물론, 대구 이외 지역에서도 의료인들의 도움이 절실해 보이는 상황이다. 

막상 이 회장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대구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회원들에게는 차마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하지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대구가 코로나19 감염지역인 만큼, 다른 지역 회원이 대구에 들어와 돕다가 확진자로 판정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회장은 “대구 지역의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우선 지역 내 의사들과 이 난국을 헤쳐나가 보려 한다”면서 “많은 회원들이 자원봉사를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료와 함께 야간당직까지 서고 있다”며 말했다. 

현재 대구에는 의료인력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의료 인력과 물자 등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와 대구시의 물자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데다, 방역이나 환자 진료의 어려움에 대해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지 않아 의료진의 고충이 더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대구시의 상황은 언론에 비춰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사 인력은 물론 마스크와 '레벨D' 수준의 보호 장비 등이 부족해 현장에서 일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정부와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에 대해 답답해 했다. 그는 "의료장비 지원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받은 답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호소할 곳도 없다"며 "언론을 통해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의사회는 현재 대구시청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위원회 자문기구에 소속돼 있지만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하게 전달할 만한 창구가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난 25일 보건복지부 지원단이 대구시에 왔을 때, 의료인의 보호장비 부족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 현장의 의료인들은 보호장비를 비롯한 의료용품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 회장은 “내가 지원해 근무하고 있는 계명대 동산병원의 경우 현재 250명의 환자들이 격리돼 있는데, 이들을 진료하고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는 보호장비는 3~4일분 정도만 비축돼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회장은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면서도 "전국시도의사회와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준 성금으로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구매해 회원들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 발생 후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한 동료 지역의사회원들이 성금을 모금해 대구시의사회에 전달했고 최근엔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의사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감염을 피해갈 수 없는데도 전국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달려와 주는 의사회원들이 있어 감사하다”며 “코로나19가 대구에서 확산돼 미안하다. 의료인으로서 대구의 코로나19가 최대한 빨리 종식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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