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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당 15분에서 3시간 조사"···감염자 일상 좇는 공보의의 하루
[인터뷰] "건당 15분에서 3시간 조사"···감염자 일상 좇는 공보의의 하루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2.27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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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역학조사관 업무하는 김명재 공보의, 하루 최대 30건 조사
대구에 공보의 200명 차출···현장 비효율성 바로잡는 것도 업무일환

“많게는 하루에 30건까지도 '역학조사'를 합니다. 1건당 적게는 15분에서 많게는 3시간까지 걸리기도 하죠.” 

역학조사는 확진자나 의사환자 한 명당 동선을 확인하는 작업을 말한다. 확진자와 의심 환자에 대해 동선을 파악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역학조사관들은 해당 환자의 증상 전 2주부터(잠복기) 현재까지의 동선을 파악한다.

현재 대구에서 역학조사관으로 근무 중인 김명재 공보의는 아침 9시에 출근해 점심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확진자와 의사환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업무에 몰두하고 있다. 

김 공보의는 원래 목포 교도소 소속이다. 대구 일대에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지난 22일부터 대구시청 역학조사관으로 파견돼 근무 중이다. 

전국 코로나19 확진자 1595명(27일 오전 9시 기준) 가운데 대구에서만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때문에 전국에서 김 공보의와 같은 200여명의 공보의들이 방역 현장에 차출됐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대처 방식이 달라지면서 역학조사관의 조사방식도 이전과 달라졌다. 기존에는 감염 원인을 보다 명확히 밝히기 위해 잠복기간 중의 동선 파악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새로운 전파 가능성을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해 증상이 발생한 직후의 동선 파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김 공보의는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카드결제를 추적하는 등의 방식보다는 직접 전화로 환자에게 이동 동선을 물어보고 주로 만난 사람, 생활 반경 내 집단 활동이나 소속된 단체의 유무 등을 중점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구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공보의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 수를 의료진이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김 공보의는 “현장 지침이 하루에 2번 이상 변경되기도 하는데 지침을 따르면서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확진자를 감당하기가 어렵다”면서 “업무가 지연되는 부분 또한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내려오는 지침이 자주 바뀌는데다, 비효율적인 경우도 있어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아 나가는 작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다른 부담이다. 

예를 들어 검체 채취 지침의 경우 '방문채취'와 '선별진료소 채취'로 구분해 검체를 채취하게 되어있는데, 원칙상 새로운 환자를 볼 때마다 방역복을 새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자가격리자들을 일일이 가정 방문해 검체를 채취할 경우엔 한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방역복을 새로 갈아입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신천지 자가격리자에 대한 전수(全數) 방문채취 지시가 내려왔다. 이같은 일괄적인 지시가 내려질 때 현장의 상황은 좀처럼 고려되지 않는다. 일부 공보의들이 불만을 제기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방역복은 입었을 때 감염이 차단되지 않는 것이 위험한 게 아니라 방역복을 갈아입으면서 감염 부위에 접촉돼 감염될 위험성이나 방역복을 잘못 입었을 때 감염될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의료인들은 하루에 많게는 10회까지도 방역복을 갈아입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 공보의는 “방역복을 많이 갈아입을수록 감염 위험성이 더 높아지는데 신천지 자가격리자들을 일일이 방문 채취하라는 것은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지침이 내려올 때마다 공보의들은 직접 대구시청과 소통하며 지침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김 공보의는 공보의 차출 과정에서의 문제점 또한 제기했다. 상황의 다급함은 이해하지만 차출 지시가 너무 급작스럽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는 “보통 3일 전에 차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심한 경우 전날 저녁에 바로 다음날 파견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며 “사전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파견을 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엔 방역 현장에 차출된 공보의들이 사비(私費)로 식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장의 공보의들은 "오해가 있었던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33대 대공협 부회장을 맡았던 정경도 공보의는 “초기에 공보의 비용 지원과 관련해 차질이 생긴 부분이 있긴 있었다”며 “현재는 식비와 숙박비 모두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다만 식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대구 시청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김명재 공보의도 "현장에 파견될 당시 업무 장려금 4만5000원, 일비 2만원, 숙박비 6만원, 식비 2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파견됐다”고 설명했다. 

김 공보의는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일을 잘하고 있나하는 불안감이 있지만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공보의들에 혹시 모를 감염이 생길 때를 대비해 그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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