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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부터 헷갈리는 디지털치료제···약제? 치료제?
용어부터 헷갈리는 디지털치료제···약제? 치료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2.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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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새로운 개념의 치료방식···5월 의료기기혁신법 앞두고 관심 고조

오는 5월 ‘의료기기산업 육성법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하 혁신의료기기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 법에는 첨단 의료기기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 이 중 핵심은 DTx라고도 불리는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tics)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업계와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한 모습이다.

전통적 의미의 ‘약’이라면 합성화합물이나 천연물을 성분으로 제조된 경구 복용약이나 주사제를 떠올리지만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tics)는 이러한 '전통적' 개념의 약을 말하는 게 아니다.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를 활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며, 질병 및 장애를 예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디지털치료제(治療劑)란 용어는 전통적 의미의 경구 복용약이나 주사제를 연상하게 해 이에 대해 의료기기 업계는 은근한 불편함을 갖고 있기도 하다.

컬설팅업체 맥킨지 등은 디지털치료제를 ‘전통적인 치료제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질병 예방, 관리 및 치료 목적의 디지털 기기’로 정의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게임, VR, 챗봇, 인공지능 등의 소프트웨어에 기반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디지털치료제는 전통적인 치료제에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년 전인 2017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신약 판매를 허가받은 디지털 치료제인 페어페라퓨틱스가 개발한 ‘리셋(reSET)’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형태의 의약품이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중독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정신 의학적 치료 방법인 '인지행동 치료'를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제공한다.

리셋은 신약과 마찬가지로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해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약 400명의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한 결과, 기존 약물 치료 횟수를 줄이고 대신 리셋을 사용한 환자군의 금욕을 유지한 비율이 40.3%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 방법의 환자군은 17.6%에 불과했다.

또 치료를 받기 시작한 중독 환자의 경우, 리셋을 활용한 환자군의 금욕 비율은 16.1%인 반면, 기존 치료 방법의 환자군은 3.2%로 리셋 병행한 환자군의 치료율이 5배 정도 더 높았다.

국내 업계에서도 이 같은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설문조사 결과, 152개 의료기기 업체 중 62곳(41%)이 관련 허가를 신청할 의향이 있고, 또 이에 따른 인력 확충과 조직 신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헬스 의료기기의 신속한 개발 및 허가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국내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강성지 스마트웰트 주식회사 대표(연세의대 졸업)는 “디지털치료제는 ‘약’에 대한 개념을 확장시키는 의학의 새로운 도전이자, ‘디지털 역량’과 ‘임상 역량’ 모두 뛰어난 우리나라 의료계의 실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원격의료에 대해 기업이 푸쉬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은 그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의사단체들도 우려를 표하는 현실에 디지털 치료제는 정부와 기업, 의사와 환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며 “의료기기혁신법 시행으로 디지털 치료제의 치료효과를 개선하고 관련 기술의 발전도 장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디지털치료제 컨퍼런스(DTx west)에 참석 중인 강 대표는 “아직 디지털치료제 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고 미국에서도 규제 통과 이후에 적정 가격 책정에 대한 이슈 등이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식약처의 규제 영역으로 기꺼이 들어와 효과를 입증한다는 점에서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디지털 치료제 업계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 일본 등은 디지털헬스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이미 정부 산하에 관련 전문조직을 신설해 적극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우리나라 관련 기관인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등도 의료기기 혁신법을 근거로 첨단 의료기기 분야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식약처 산하 의료기기안전정보원 조양화 원장은 현재 정부에서도 디지털치료제의 정의나 규제 정책에 있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4차 산업 혁명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디지털치료제인데 전통적 약리작용이 의료기기로 들어와서 상당히 큰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규제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규제제도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용어정립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의료기기혁신법 발효에 앞서 용어정립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우문현답’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는' 만큼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하면 현재 규제정책의 한계에서도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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