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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시작···전문가 "방역전략' 재정비 나서야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시작···전문가 "방역전략' 재정비 나서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2.20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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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협회·감염학회·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예방의학회 주최 긴급 심포지엄 개최
봉쇄→완화로 대응, 검체채취 기관 확보, 선별진료소의 스크리닝센터 전환 등 제안

역학적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잇따른 코로나19 확진으로 ‘지역사회 감염’ 시작된 가운데 의료계 전문가들이 ‘방역 전략’을 재정비해 감염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병원협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 19 대응 관련 긴급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코로나 19 사태의 과도기적 국면에서 그동안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 19 대책위원장은 “29번, 30번, 31번 환자의 경우 감염경로를 밝히기 어려운 전형적인 지역사회 감염 사례”라며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면 봉쇄 단계에서 완화 단계로 대응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봉쇄 단계와 완화 단계는 사람보호(마스크 착용, 손씻기)와 환경보호(소독강화, 적정 환기) 기준은 같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 대응 방식 일부에서 차이가 있다. 지역사회 감염의 경우 확진자가 대거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봉쇄 단계의 경우 접촉자 검역을 강화하는 동시에 환자는 모두 병원 격리하도록 돼 있다. 완화 단계에서는 경증 환자는 자택에서 자가 격리 할 수 있도록 하고 중증의 경우 병원에서 격리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 직장인들도 근무시간 유연제나 한시적 재택근무를 등해 밀집도를 줄여 감염의 확산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기 위원장은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에도 처음에는 접촉자를 조사하고 격리했지만 나중엔 환자를 모두 검사하지 않는 대신, 임상적인 진단이 나오면 타미플루를 처방했다”며 “코로나19의 경우 백신이 없다는 점이 신종플루와 다르지만, 우선 가능한 확산을 최소화하면서 치료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는 “지역사회 감염 유행을 가급적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역체계를 바꿔야 할 상황”이라며 “환자 조기 발견을 위한 진단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역을 통한 유입 차단을 강화하고 의심 환자 사례정의 변경을 통해 확진 검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검사 기관을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 보건환경연구원, 민간기관등 80개로 확충하고 진단시약생산도 현재 5000명 수준에서 2월 말까지 1만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엄 이사는 “현재 407개인 검체 채취 기관을 440개까지 확보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검체 채취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채취자의 개인보호구 수준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의사가 환자 한 명을 볼 때마다 새로운 레빌 D 보호구를 착용해야 하는데 최소 30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어 “환자가 의료기관으로 오는 동안 전파 위험이 있으므로 검체 채취를 위한 이동팀을 구성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병원기반 중증호흡기 감염병 감시체계(SARI)가 가능한 병원이 현재 13곳인데, 이를 인플루엔자 실험실 표본감시체계(KINRESS)로 전환해 참여 의료기관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의료기관들이 선제 격리(음압)실 확보, 인력과 시술 등 운영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코로나 19로 인한 경영 손실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은 “29~31번까지 지역감염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놓여있는데,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것”이라면서도 “일본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지역감염이 2주정도 늦게 시작돼 ‘성공적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기간동안 진단키트도 개발됐다”고 일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1차 방역을 넘어 2차인 완화단계로 전환해 ‘의료기관 중심의 방역 진료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한 만큼, 진단·병리·입원·치료·퇴원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신종플루와 메르스 때의 대응전략을 섞은 ‘코로나19’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또 “보건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선별진료소’를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는 ‘스크리닝 센터’로 전환해 운영하고, 환자 분리가 어려운 의료기관들이 있는 만큼 기존 외래환자와 분리해 호흡기 질환을 볼 수 있는 의료기관을 선정해 몰아주는 의료전달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허탁 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고, 갑작스럽게 환자들이 응급실로 내원해 진료받으면서 서울과 대구 등의 응급실이 폐쇄돼 ‘중증질환’ 진료가 무너지고 있다”며 “코로나19는 전염력은 높지만 치명력이 높지 않은 만큼 ‘선별진료’의 틀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심 환자의 경우 자가격리시키고, 음성이 나올 경우 입원시키는 방향으로 하며, 의료기관 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응급실이 폐쇄되는 사례를 최소화 해야 한다”며 “응급실 폐쇄가 너무 심한데, 학회에서는 의심환자 방문 시 우선 환자를 격리하고 검사가 나올 때 까지 주의하며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정상진료할 것을 권고한다”고 소개했다.

이상순 인제대 일산백병원장은 “지역사회 감염이 전환된 이상 봉쇄 전략은 불가능하고, 조기진단과 사망을 낮추기 위한 치료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국내에서 1년에 독감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1000명인 반면 코로나의 경우 사망률이 0.3%에 불과한 만큼 '위험한 독감'이라 생각하고 여기에 맞는 대응과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응급실 폐쇄와 관련해 “의심환자가 다녀간 응급실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리고 무조건 14일 간 격리시키면 위중한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의협과 병협, 질본이 함께 논의해 확진 환자에 대한 격리기준과, 응급실 폐쇄 기준에 대한 지침을 다시 만들어 일반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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