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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개회했더니···공공의대법 '날치기' 처리시도 논란
코로나 때문에 개회했더니···공공의대법 '날치기' 처리시도 논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2.20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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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관련법 논의하는 법안소위서 난데없이 '공공의대 설립법' 상정
전날 남원 주민 주최한 공공의대법 통과촉구 기원제 참석후 기습 상정
무산되자 반대파에 "국민 심판받을 것"···의료계 "지금이 점수 딸 때냐"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회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국회 상임위에서 일부 의원이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공공의대' 설립 법안 상정을 시도하고 다른 의원들이 여기에 동조하면서 논란이 됐다. 국가 차원의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총선'을 의식한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광수, 예정에 없던 '공공의료법' 상정 요구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코로나19 관련 법안을 심사하기 위한 법안심사소위를 열었다. 이날 소위는 전날 상정된 코로나19 관련 법안 등의 처리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잡으면서 논란이 야기됐다. 

김 의원이 예정에 없던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 5건에 대한 심사를 요구한 것이다. 김 의원은 “코로나 사태를 통해 감염병 대응 인력의 부족함과 인력 확충의 시급성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감염, 외상, 분만 등 공공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법안으로 코로나19와 무관하지 않아 추가 안건 상정의 당위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이 동조하면서 결국 표결을 통해 관련 안건을 추가 상정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이 과정에서 미래통합당 보건복지위 간사인 김승희 의원이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을 추가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 의원들간에 고성이 오갔다. 예기치 않게 공공의대 관련법안이 코로나 관련법안과 함께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통과 여부를 가리게 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임시국회가 코로나19 관련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개최된 만큼, 애초에 합의되지 않은 추가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미래통합당측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공공의대 관련법은 다루지 않기로 한 것이다. 

◆김광수·이용호, 남원 주민 주최 공공의대법 통과촉구 기원제에 나란히 참석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없던 일로 됐지만 여진은 회의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공공의대법 심사를 요구했던 김광수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우여곡절 끝에 법안 상정을 성사시켰지만 결국 법안 통과가 좌절됐다”며 “공공의료인력을 배출하는 공공의대법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어떻게 인력을 확충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법은 반대하면서 인력을 늘리겠다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에 편승한 ‘아무 말 대잔치’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앞뒤가 맞지 않는 ‘봉숭아 학당 정당’임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공공의대법을 좌절시킨 통합당은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의대 설립예정지인 남원이 지역구인 무소속 이용호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감염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로 공공의대 설립과 그 관련법 통과가 더욱 절실한 상황인데 극소수 국회의원의 반대 때문에 다수 국회의원이 찬성하는 법안이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두 의원의 주장을 놓고 '적반하장'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애초 논의 대상조차 아닌 공공의대법을 끌어들이더니, 이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고 반대쪽을 비난하는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다.  

특히 두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공공의료대학 설립법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원제'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행사에는 남원시장, 남원 향교 관계자 등 남원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처럼 남원 지역 주민들이 주최한 행사에서 눈도장을 찍은 뒤 이틀 뒤 법안소위에 나가 공공의대 설립법 '기습' 처리를 시도한 것이다. 이 때문에 두 의원의 행동을 두고 결국 ‘표’를 의식한 정치적 쇼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공공의대 만든다고 공공의료 인력 늘어나는 것 아냐"

정치권의 이같은 행태에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이 일치단결해야 하는 시점에 예정에도 없는 공공의대법을 끌어들여 지역구 주민들에게 점수를  따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의료계는 “공공의대를 만든다고 해서 공공의료 인력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공의대 설립 법안에 반대해왔다.  

성종호 의협 의무이사는 “공공의대의 문제점은 국립의료원을 부속병원으로 할 수 없게 돼 있는 것으로, 이는 국립의료원의 인적·물적 지원에 투입되는 수 천억원의 예산을 허비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의대 신입생을 모집할 때 공공의료인력을 따로 뽑아 교육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성 이사는 또 “일반 커리큘럼 교육을 받은 의대생을 중심으로 공보의 및 공공의료기관 인력을 뽑으려다보니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립대 및 일반의과대학에 ‘공공의료인력 TO’를 주는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영호 중소병원협회 회장도 “의사인력이 부족해 공공의대를 설립하려 한다면, 각 대학별 의대생들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현재 우리나라 의대 1학년 정원을 보면 50~60명에 불과한데, 매우 부족한 숫자로 100명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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