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 사망사건 한의사 도운 의사에 法 "배상책임 없어"(종합)
봉침 사망사건 한의사 도운 의사에 法 "배상책임 없어"(종합)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2.19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한의사에 "4.7억원 배상하라"···응급처치 의사는 "책임 없어"
국내 첫 '착한 사마리아인법' 적용 사례, 의협 "재판부 판단에 감사"
법조계에서도 '합당한 판결' 평가, 김천수 교수 "예상했던 판결"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고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한의사와 응급처치를 도왔던 의사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19일 오전 한의원에서 봉침치료를 받다 사망한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유가족 3명이 한의사 B씨와 B씨를 도와 응급처치를 했던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 C씨를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의사 B씨에 대해서는 유가족에게 총 4억7000만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가정의학과 의사 C씨에 대한 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C씨에 대해서는 배상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선한 의도로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한 면책을 적용하는 소위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적용될 지 여부를 두고 의료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결국 법원이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환자를 살리려는 목적으로 응급 처치를 했던 의사 C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국내에서 처음으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적용된 사례가 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5월 경기도 부천의 한 한의원에서 여교사 A씨가 한의사 B씨에게서 봉침을 맞은 후 쇼크를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사고 발생 직후 B씨는 병원 같은 건물에 있는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인 C씨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고, C씨는 A씨에게 항알레르기 응급치료제인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응급 처치를 했다. 이후 A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2일만에 숨졌다.

유가족들은 사고 당사자인 한의사 B씨뿐 아니라 가정의 C씨도 A씨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둘 모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가 한의사 B씨의 책임만 인정한 것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선의의 행위가 소송으로 갔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고 각박한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올바른 의료제도를 위해서 의료인, 법조인, 국민 모두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전 대한의료법학회 회장이었던 김천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상했던 판결이었다”며 “판결문을 봐야 더 정확하게 알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사실관계대로라면 가정의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결이 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도 '합당한 결론'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전 변호사는 "한의사는 진료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의무에 따른 과실 책임을 물은 것이고 의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계약에 따른 의무가 아닌 호의로 도와주러 간 것"이라며 "의사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도 다퉈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과실이 있더라도 사망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