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닥터' 구해 영업하라···말뿐인 폐쇄 의료기관 보상대책
'페이닥터' 구해 영업하라···말뿐인 폐쇄 의료기관 보상대책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2.18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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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코로나 확진자 다녀간 종로구 의원의 '폐쇄명령' 요청 거절
‘폐쇄명령’ 같은 근거 있어야 보상 가능···"과연 보상의지 있나" 의혹 제기

“원장 1명과 간호조무사 2명이 일하는 동네 의원에 ‘대체 인력’(페이닥터)을 투입하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최근 '코로나19' 29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자가격리에 들어간 종로구 소재 의원의 A원장은 기자에게 답답함을 호소했다. 확진자가 거쳐간 의료기관에 대해 보상해 주겠다는 정부 얘기를 믿고, 보건당국에 보상 절차를 문의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앞서 29번 확진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인 지난 4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재 의료기관을 8차례나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는 코로나19와 무관한 다른 지병 등으로 두 곳의 의료기관을 각각 6차례, 2차례씩 다녀갔다. A원장의 의원은 이 두 곳 중 한 곳이다. 

A원장은 “우리 병원에는 저와 간호조무사 2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모두 ‘자가격리’되어 출근하지 못해 병원을 휴업하게 됐다”며 “보건소 측에 ‘폐쇄명령’을 내려달라고 했지만 보건소 측에서 질병관리본부의 관련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개원의들 사이에서는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 경험을 통해 정부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기 위해선 적절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가장 확실한 근거는 보건당국으로부터 '폐쇄명령'을 받는 것이다. 이에 A원장도 보건소에 폐쇄명령을 요청했지만 관련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보건소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A원장을 더 당황스럽게 했다. 원장 1명과 2명의 간호조무사가 근무하는 자신의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면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한 것이다. 

A원장은 “종합병원이라면 감염병 접촉자들이 ‘자가격리’되어 출근하지 못하게 됐다면 다른 인력을 투입할 수 있겠지만 ‘동네의원’들은 사실상 그럴 수가 없다”며 “대체 하루 만에 어떻게 의사나 간호 인력을 구하라는 것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해 종로보건소 측은 현재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소독을 마쳤기 때문에 의료진만 있다면 운영이 가능한 상태인 만큼, 현재로서는 ‘폐쇄명령’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결국 사태 해결의 키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부는 누차 ‘코로나19’로 손실을 입은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엔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피해 의료기관 등에 대한 손실보상심의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손실보상위를 통해 코로나 환자의 치료와 진료, 격리한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기본원칙과 기준을 마련, 사례별로 보상 여부와 수준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선 의료기관들이 체감할 만한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확진 환자들이 다녀간 의료기관들에 대해 말로만 '피해 보상'을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보상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의료기관들은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호소했지만 실제 복지부가 내놓은 지원금액은 1781억 원에 그쳤다. 

유창용 종로구의사회장은 “현재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 등에서 보상 기준과 절차를 마련 중이라고 들었다”며 “피해를 입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보상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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