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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변호사 고르는 법 (상)
좋은 변호사 고르는 법 (상)
  • 전성훈
  • 승인 2020.02.1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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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69)
전 성 훈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늦은 밤 친한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변호사로 살다 보면 ‘안부 전화’와 ‘사고 전화’를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직감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회식 후에 귀가하다가 버스정류장에서 생면부지 50대 아저씨와 싸움이 났고, 쌍방폭행 혐의로 지금 사이좋게 지구대에 잡혀 계시단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지구대로 가서 몇몇 절차를 거쳐 후배를 데리고 나왔다. 물론 ‘네 나이가 지금 몇이냐!’라는 잔소리도 빼먹지 않았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로 받아치는 후배에게 무슨 말을 더 하랴.

이렇게 갑작스런 사건사고로 경황이 없어 면식 있는 변호사에게 즉시 연락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는 인생의 중대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대부분은 고심 또 고심한다. 그런데 물품과는 달리 서비스는 써 보기 전에는 좋은지 나쁜지 알기가 어렵다. 게다가 법률서비스는 그 내용까지 복잡해서 심지어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좋은지 나쁜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람이 건강상 위기를 맞으면 ‘명의’를 찾듯이, 사회적 위기를 맞으면 ‘좋은 변호사’를 찾게 된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좋은 변호사 고르는 비법을 알려드리겠다. 이 비법은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야 할 것, 고려할 것 이렇게 3종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만 체크해도 충분하리라 본다.

첫 번째 조언은 이것이다. “변호사 아닌 사람은 선택하지 마라.”
대부분은 황당해 할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야? 변호사를 만나 명함도 받고 인사하고 함께 경찰서에도 가고 법정에도 갔는데, 이 사람이 변호사가 아니라는 말인가?” 물론 그 사람은 변호사가 맞다. 하지만 변호사와 의사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 다른 사람은 흔히 ‘사무장’이라고 불린다.
좁고 평판이 중시되는 한국 사회인지라,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성범죄, 이혼, 마약, 음주운전 사건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대부분이 인터넷 검색으로 변호사 관련 정보를 찾아본다. 그런데 이렇게 검색된 정보는 대부분이 광고이며, 전화하면 대부분 사무장이 연결된다. 간혹 변호사가 직접 상담한다고 광고하기도 하나, 이 경우에도 사무장이 1차적으로 ‘거른다’.

“사무장이 사건을 소개하면 안 되나? 일하는 것은 변호사 아닌가?”라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른바 사무장 사건에는 심각한 병폐들이 있다. 첫째 사무장은 사건의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고 ‘보수’에만 관심이 있으므로 최초 상담시에 승소가능성을 과장하는데, 이는 의뢰인의 판단 착오를 일으킨다. 이는 형사사건에서는 더욱 치명적이다. 둘째 의뢰인이 지급한 보수 중 일부만이 변호사에게 전달되므로, 이로 인해 변호사의 업무 동기가 약해진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사무장은 의뢰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변호사의 사건 진행에 개입함으로써 ‘배가 산으로 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도는 대부분 실패하지만, 의뢰인은 불안과 혼란에 빠진다. 게다가 만에 하나 진행 방향이 흔들리게 된다면 사건의 결과에 악영향을 미친다. 병원 사무장이 진료에 개입하는 것을 상상이라도 해보았는가? 하지만 소송에서는 위와 같은 일이 실제로, 자주 일어난다.

두 번째 조언은 이것이다. “성실한 변호사를 선택해라.”
의사와 변호사의 업무에는 공통점이 많다. 그 중 가장 큰 공통점은 최선을 다해 업무를 처리하면 그것으로 일을 다 한 것이고, 설령 의도치 않게 결과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위임사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의사와 변호사의 업무에는 큰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을 필자 나름대로 거칠게 표현하면 이렇다. “의사는 5분 일하고, 변호사는 1년 일한다.”

의사 업무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것이라는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오랜 기간 환자의 예후를 살핀 후에야 판단이 가능한 경우도 있을 것이지만, 통상 의사가 진찰을 통해 환자의 증상을 파악하고 상병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즉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는 것이라고 하겠다.

변호사 역시 최초 상담시에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는 것’이라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소송은 생물과 같아서 무척 변화무쌍하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증인을 신청하면 그에 맞는 대응방법과 반박논리를 고심해야 한다.
또한 통상 1개 심급의 재판이 형사사건은 6개월~1년, 민사사건은 1년~3년 정도 진행된다. 이렇게 장기간 절차가 진행되다 보니, 최초에는 예상할 수 없지만 재판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담당판사의 변경을 들 수 있다.

의료분쟁사건은 감정이 지체되어 재판 도중 담당판사가 변경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변경 전 판사에게 여러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여 의사의 무과실에 대한 심증을 겨우 형성시켜 놓았는데, 변경된 판사가 그간의 기록을 확인하더니 전혀 엉뚱한 쟁점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판사는 AI가 아니고 자신만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간혹 변경된 판사가 (자신이 보기에는 환자가 패소할 사건인데, 불쌍해 보이는 환자에게 얼마간 배상해 주기 위해) 새로운 시각에서 법리를 제시하면서 의사측 변호사를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변호사는 (기존의 주장과 상충되지 않도록 하면서) 판사가 관심을 가지는 새로운 쟁점(또는 판사의 압박논리)에 대해 새로 대응하여 판사를 설득해야 한다. 따라서 최초에 ‘알면 아는’ 변호사였다 하더라도, 성실하지 않은 변호사라면 재판에 적절하게 대응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어렵다.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담, 소송준비, 소장/답변서의 제출은 전체업무의 30~40%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나머지 60~70%를 잘 수행해 나가기 위해 변호사의 성실함은 필수적 요소이다. 필자 본인의 사건을 맡기기 위해 천재변호사와 성실변호사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필자는 주저 없이 성실변호사를 선택하겠다.

지면 관계상 나머지 ‘고려할 것’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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