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 사태로 '진퇴양난'에 빠진 의료계 
[칼럼] 코로나19 사태로 '진퇴양난'에 빠진 의료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2.17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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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일부 의료기관의 소극적대처 비난···확진자 발생시 낙인은 누가 책임지나
정부, 메르스때 의료계 손실보상 외면···의료계 칭찬·지원하면 '선순환' 가져올 것

의료계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환자를 진료하다 확진자가 나오면 '환자 발생' 의료기관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소극적인 진료를 하면 '진료거부' 의료기관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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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일부 의료기관이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방문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환자 진료를 거부했다며 이들 의료기관을 비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열도 없고 호흡기 증상도 없는데 '코로나 19 발생 국가를 다녀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거나 "2주 격리가 끝났는데도 진료 예약이 취소됐다", "배우자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등 의료기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이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처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의 불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들이 소위 몸을 사리는 데에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최대 피해자가 ‘의료기관’이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직격탄을 맞은 의료기관들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며 정부에 손실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원한 금액은 1781억원뿐이었다. 피해를 입었던 의료기관들 중에는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낙인 때문에 환자가 끊기면서 폐업한 병원들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메르스 사태 때 병원이 부분 폐쇄되면서 수 백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단 한 푼도 보상해 줄 수 없다'며 손실액 보상을 거부했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측은 소송을 제기해 1·2심 모두 승소했지만 정부가 불복하면서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국내 최대규모 병원의 상황이 이럴진대, 이를 지켜본 소규모 의료기관 입장에선 환자 진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의료기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마당에 어떤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는가.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당분간 아예 병원 문을 닫는 편이 낫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병원 문을 닫는 것은 물론,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되고 의료인이 '진료거부 금지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고 1000만원까지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보니 차라리 자진해서 문을 닫고 있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번엔 다르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확진이나 의심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언 차원의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보상액이나 지원책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번 같은 국가적 재난 수준의 대규모 감염병 사태가 발생할 때면 정부와 일반 국민들은 일부 의료기관의 잘못된 행동을 찾아내느라 여념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같은 비난은 의료인들을 위축시키고 이들을 소극적인 진료로 이끄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반대로 방역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감사의 마음이 의사에게 전달되면 의사 입장에선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어떤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진료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확진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에 대해 '칭찬'과 더불어 제대로 된 '지원'을 해줘야 하는 이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의사를 칭찬하면 의료 현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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