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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지원한다더니···서울시의 '표리부동'에 의료계 '부글부글'
마스크 지원한다더니···서울시의 '표리부동'에 의료계 '부글부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2.14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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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6일 대학병원장 등 만나 마스크 지원 약속
11일, 중국 12개 도시에 보호복 등 의료용품 지원 발표
의료계 지원 물으니 "질본 소관이라 아직 정해진 것 없어"

최근 서울시가 중국 12개 도시에 대규모 의료용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당장 의료용 마스크 등의 부족으로 애타게 지원을 호소하는 지역 의료기관들은 등한시한 채 외국에 생색을 내는 것이 온당하냐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내 12개 도시에 6억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구체적으로 자매 도시인 베이징과 충칭시 등 8개 우호 도시와 조선족 동포가 많이 사는 동북 3성에 의료용 보호복 1000개, 의료용 고글 500개, 의료용 안면구 90개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서울이 위기에 처했을 때 베이징시가 특사를 파견하고, 서울시 대표단이 베이징시를 방문했을 때 큰 도움을 줬다"며 "중국 국민이 빠른 시일 내에 난관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기를 굳게 응원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서울시가 어려움에 처한 이웃 도시를 돕는 데 대해 문제를 삼으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의료계와 먼저 한 약속은 이행할 생각을 안 하면서 중국 지원에 대한 홍보에 나서는 것을 보며 "서울시가 애초부터 의료계에는 생색만 내려던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중국 도시들에 대한 지원에 앞서, 지난 6일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내 대학병원 및 공공의료기관장과 가졌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긴급 회의’ 당시 의료기관에 대한 마스크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같은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 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시 의약무팀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물품지원은 질병관리본부 소관이라 이번 주 자료를 정리해 질병관리본부 자원과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의료기관에 물품지원이 가능할지는 현재 정해진 바가 없어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의약품 지원이 결정된 데 대해서 이 관계자는 “중국 우호도시 의료용품 지원은 의약무팀에서 진행하는 사항이 아니라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 일선 대학병원에서는 보호장비나 마스크, 손 소독제 사용 물량이 최대 4일치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마저도 꼭 필요한 의료인이나 환자들에게만 제공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마스크를 다시 사용하거나 심지어 소독해 쓰는 사례도 있을 뿐만 아니라 손 소독제 역시 구매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시급한데, 서울시는 여전히 질병관리본부와 서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지원 시기는커녕, 지원 여부조차 확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질본은 보건소나 국가 지정 의료기관인 '공공의료기관'에 대해서만 물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질본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비축하고 있는 물품은 보건소나 공공의료기관에 한해 지원되고 있다”며 “대학병원 및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계획은 현재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서울시가 지역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물품을 조사해 질병관리본부에 요청하면 비축물량과 지원 적정성 평가 등 검토 과정을 거쳐 서울시를 통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에 하나 질본의 적정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서울시가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감염병정책팀에 긴급예비비가 마련돼 있지만, 서울시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장비 지원 예산은 아직 책정된 부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비를 통한 지원마저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코로나 19 의심 환자나 확진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들은 감염의 높은 위험을 안고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일선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보건용 마스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최전선에 나가있는 부대 소총수들의 탄약이 떨어져가고 있는 셈"이라며 "약 3주 전 서울시에 의료계의 어려운 상황을 전달하고 관내 의료기관에 보건용 마스크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깜깜무소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시에서 의료기관에 마스크를 충분하게 공급해줘야 의료인도 지원에 힘입어 진료에 더욱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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