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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협 “간납사만 배불리는 유통구조 개선해야”
의료기기협 “간납사만 배불리는 유통구조 개선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2.1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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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유통 투명화와 중소기업 권익 보호 위한 법 개정 추진

의료기기업계가 일부 병원이 의료기기를 싸게 대량으로 구입하는 수단이자 ‘리베이트’의 우회로로 악용되기까지 하는 소위 ‘간납사’를 매개로 한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이경국)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지고 의료기기 거래규모가 커졌지만, 그간의 간납사 거래관행은 바뀌지 않고 계속되면서 업계 손해가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간접납품회사'를 의미하는 ‘간납사’는 유통업체와 병원 중간에서 ‘실거래가 상환제’에 따른 요양급여를 청구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를 말한다. 보통 병원 재단이 직영하거나 병원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이 업체들을 통해 모든 의료기기 납품이 이루어지며 실거래된 할인 금액과 고시가 간 차액을 나눈다.

실거래가 상환제는 의료기관이 의료기기를 건강보험에 고시된 가격보다 싸게 구입할 경우, 그 차액 중 70%를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종전 상한가격 내에서 구입했다고 신고하면 그 액수 그대로 공단이 지급하던 ‘실거래가 상환제도’에 따라 재정 누수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라 문제점을 보완해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이 ‘간납사’들이 통행세 형식의 수수료만을 징수하고 물류, 가납 재고 관리, 분실 등의 손해는 모두 공급업체가 부담케 하는 행태가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또 건강보험공단에 납품가를 부풀려 청구한 다음 실제 납품가와의 차액을 병원 측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부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해서는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작은 회사에는 과다한 수수료를 강제함으로써 간납사가 유통 구조상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단 직영 간납사가 확대되면서 대형 간납사의 근거 없는 수수료 인상, 물류비 등의 추가 징수 등도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이러한 간납사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TF를 구성해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원과 간납사 간의 특수관계를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발의하고, 보건복지부의 바이오헬스 규제 개선 과제로 간납사 문제 해결을 제안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협회는 오는 4월 총선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우선 기존 입법을 보완해 우선 재단 직영 간납사를 제한하는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것. 또 특수관계인의 지분 비율이 높아 재단 직영 간납사가 우회할 수 있는 여력이 있고 병원의 대금 지급기한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점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회는 앞으로 시행 예정인 공급내역보고 제도에 제품의 이동을 원칙으로 한 보고체계, 병원의 납품가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강화해 간납사의 유통현황에 대한 투명한 조사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간납사가 발붙일 수 없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의료기기업체 80% 이상은 매출 10억 원 미만의 영세업체이고 제품도 다양해 제약과 비교하면 유통 관리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간납사에 대한 업계의 부담을 해소하는 법령 및 제도를 마련해 올바른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외국의 구매대행회사(GPO) 사례를 들어 간납사를 아예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구매대행회사(GPO)는 병원 입장에서는 구매 물류 절차를 개선하고, 외주를 통한 비용을 축소하며, 구매 관련 불만을 축소시켜 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의료기기 공급업자의 입장에서도 제품공급망의 중복으로 인해 발생하는 총 유통비용을 줄이고, 복잡한 구매물류절차에 의한 행정비용 및 인건비용을 축소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의료기기 구매 전문회사(GPO)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을 때 가능한 일로 협회는 “우리나라의 간납사는 세금계산서만을 발행받고 통행세를 걷기 위한 관문의 역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납품 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만 일방적으로 징수당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국내 간납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거래행위를 진행하고,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증가시키며, 리베이트 문제를 발생시킨다면 결국 공공의료제도에 흠집만 낼 것”이라면서도 “현재 일부 대형 간납사들과 상생을 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인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대화 창구는 언제나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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