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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협만 쏙 빼놓더니···정부의 '뒷북' 대응은 '유죄'
[칼럼] 의협만 쏙 빼놓더니···정부의 '뒷북' 대응은 '유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2.10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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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협의 중국발 입국금지 등 권고에 사태 확산 뒤 뒤늦게 대응
신종코로나 대응에서 의협 배제···자타공인 의료전문가 의견 들어야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빠른 선제적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며 정부 부처의 발빠른 대처를 지시했다. 하지만 막상 지금까지 정부의 대처는 한 박자 내지 반 박자씩 늦어지는 모습이었다. 그 사이 국민들의 우려와 불만은 자꾸만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뒷북' 대응은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6일 국내에서 세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자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악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전면적인 입국금지’와 함께 후베이성 방문자에 대한 전수조사 및 추적, 관리를 정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협의 당부를 무시한 채 중국인들의 입국을 전혀 통제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와의 관계, 특히 중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와 함께 WHO(세계보건기구)로부터 교역·이동 제한 권고는 없었다는 핑계를 댔다. 오히려 감염병으로부터의 자국민 보호에 '소극적'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정부가 어물거리는 사이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인은 하루에 1만 명을 넘어섰고, 중국으로부터의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확진자가 12명으로 늘자 의협은 이번엔 우한과 항저우, 광저우, 정저우, 창사 등 중국 내 감염 확진자 발생과 감염위험이 높은 상위 5개 지역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15번째 확진자와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한 이후인 지난 2일에야 정부는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선포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부분에서는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매 시간마다 감염병 환자가 증가되는 상황에서 미흡하고 늦은 대처였다"고 말했다. 더불어 "입국 금지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의료계의 대표 전문가 단체인 의협의 권고가 제때 수용되지 않고 한 박자 늦거나 '일부 수용'에 그치는 이유를 두고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의협 간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의협은 지금까지 총 4차례에 걸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감염병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 주도로 보건·의료계와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방역대책 논의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현재 정부의 방역대책 논의에는 감염내과학회 전문의와 정부 산하 의료기관 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협 몫의 전문가는 공식적인 논의에서 배제된 상태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행동이 그간 '문재인 케어'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최대집 의협회장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국가적인 차원의 재난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사태 해결에 정치적인 고려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 

특히 10일 기준으로 27명으로 늘어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중에는 우한 이외 지역인 '광둥성'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나왔다. 광둥성은 중국 내에서 후베이성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은 지역으로, 앞서 의협이 우선적으로 입국금지를 요청했던 감염 상위 5개지역인 '광저우'가 이곳의 주도(主都)다. 또다시 의협의 우려섞인 경고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는 제한적인 전파 단계를 넘어서 자칫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상황이 엄중한 만큼 정부는 의료 전문가인 의협의 권고를 허투루 넘겨선 안 될 것이다. 의협의 권고대로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현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까지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 입장에서 설령 내키지 않더라도 의협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 전문가 단체다. 정부가 이런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뒷북' 대응을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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