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슈트라우스 2세 오페레타 (박쥐)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오페레타 (박쥐)
  • 오재원
  • 승인 2020.02.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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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500.完)
오 재 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오 재 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상류사회의 애정 없는 결혼과 졸부 근성 비웃는 풍자극
세계의 오페라 극장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 오페레타 <박쥐>를 자주 무대에 올린다. 화려한 춤과 음악, 유머 넘치는 대사들이 한 해의 근심과 고통을 다 털어버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오페레타 <박쥐>는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폴카가 들어 있어 더욱 신나고 활기가 넘치는 작품이다.
율리우스 로데리히 베네딕스의 희극 <감옥>을 읽고 그 풍자와 익살에 매료된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이를 오페레타로 만들면서 왈츠의 황제답게 무대를 무도회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진지한 내용의 오페라를 패러디한 설정으로 봉건주의에서는 무자비한 억압과 박해가 이루어지던 감옥이 시민사회에서는 이처럼 희극적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귀족의 몰락과 시민 시대가 열리는 전환기에 평민의 일상을 소재에 익숙해 있던 관객들은 이 상류사회의 내용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을 하지 않고 엄청난 이자 소득으로 살아가면서 어떻게든 귀족사회에 속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졸부 근성의 남자주인공, 남자의 재력을 보고 결혼하고는 남편을 경멸하며 살아가는 속물 아내,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은 부잣집 하녀 등, 당시 빈 상류사회의 가식과 허영에 대한 풍자가 그 핵심입니다. 거기에 음악적 에로티시즘이 더해져 최고의 오페레타가 되었다.

오페레타(operetta)란 ‘작은 오페라(opera)’라는 뜻으로서 ‘오페라보다 쉽고 가벼운 작품들’을 그렇게 분류하여 오페라타의 소재는 대개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루고 있어 누구든지 바로 이해할 수 있고, 희극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오페라처럼 작품 전체가 음악으로 작곡된 것이 아니라 노래 외에 대사도 있고, 춤이나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거의 빠짐없이 들어간다.
대표적인 오페레타 작곡가인 자크 오펜바흐는 1866년 초연한 <파리지엔의 삶>을 비롯해 <지옥의 오르페>, <아름다운 헬레네> 같은 걸작 오페레타를 남겼고 20세기 들어 프란츠 레하르의 <메리 위도우>로 더욱 발전시킨 빈의 오페레타는 점차 현대의 뮤지컬로 발전하게 된다.

오페레타<박쥐>는 화려한 폴카 풍 서곡에 이어 두 가지 스토리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는 남자 주인공인 금융계의 부호 가브리엘 폰 아이젠슈타인이 4년 전에 친구인 공증인 팔케 박사와 함께 가장무도회에 놀러갔다가 다음날 새벽 술에 잔뜩 취해 잠든 팔케를 그냥 거리에 내버려둔 채 혼자 마차를 타고 돌아가자, 그 전날 박쥐로 분장을 하고 무도회에 갔던 팔케는 흉측하고 우스꽝스런 박쥐의 모습으로 출근길 행인들에게 발견되어 망신을 당했다.

그 일을 잊지 못하는 팔케는 아이젠슈타인에게 보복하려고 계략을 꾸미면서 아이젠슈타인 주변 인물들을 모두 오를로프스키 공작 저택의 무도회에 초대하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오를로프스키 공작 저택에 모두 모이면서 시작되는데 세무서 직원과 싸우다 폭행한 죄로 아이젠슈타인은 8일간의 구류 처분을 받게 된다.

친구 팔케의 유혹에 넘어가 그와 함께 무도회에 가서 하룻밤 신나게 놀고 감옥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이때 평소 애정도 없는 부부가 ‘눈물의 이별’을 가장하는 삼중창은 대단히 희극적이다.
아이젠슈타인의 아내 로잘린데는 남편이 집을 나서자 곧 집으로 찾아온 옛 애인 알프레드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이때 형무소장 프랑크가 아이젠슈타인을 데려가려고 찾아왔다가 애인을 남편으로 알고 연행한다.

애인이 사라지자 할 일이 없어진 로잘린데는 무도회에 가고, 하녀 아델레도 초대장을 받아 몰래 로잘린데 옷을 훔쳐 입고 공작 저택에 나타난다. 아이젠슈타인이 아델레를 보고 자기 집 하녀와 꼭 닮았다고 말하자 아델레는 ‘존경하는 후작님’이라는 아리아로 망신을 준다.
헝가리 귀족부인으로 가장하고 나타난 자기 아내 로잘린데에게 한눈에 반한 아이젠슈타인은 늘 하던 대로 예쁜 회중시계를 미끼로 그녀를 유혹한다. 로잘린데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물증을 확보하려고 그 회중시계를 교묘한 방법으로 빼앗아버린다.

로잘린데의 차르다시 ‘고향의 노래여’는 이 오페레타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이다. 오를로프스키 공작은 파티 손님들과 더불어 ‘샴페인의 노래’를 부르고, 팔케는 ‘당신과 나, 형제자매가 됩시다’라는 노래를 선창하자 파티는 절정으로 치닫고, 손님들은 다 함께 ‘천둥번개 폴카’와 ‘박쥐 왈츠’에 맞춰 한바탕 춤을 추고 아침 6시를 치는 시계 소리가 들리자 손님들은 다들 급히 파티 장을 떠난다.
아이젠슈타인은 무도회에서 잔뜩 취한 채 아침 일찍 감옥으로 오자 형무소장은 이미 아이젠슈타인이 들어와 있다고 말한다. 이때 애인을 면회하려고 로잘린데가 나타나자 아이젠슈타인은 변호사로 변장하고 감방에 들어가 둘 사이의 진실을 알아내고는, 아내에게 속았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그러자 로잘린데도 이에 질세라, 회중시계를 꺼내 보이며 남편의 부정을 비난한다. 이제 팔케가 무도회 손님들을 다 거느리고 형무소에 찾아와 간밤의 모든 일이 자신의 유쾌한 복수극이었다고 설명하자 로잘린데는 용서를 비는 남편을 받아들이고, 손님들은 다 함께 합창을 노래하며 막을 내린다.


■ 들을 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니콜라이 게다(아이젠슈타인),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로잘린데), 리타 슈트라이히(아델레), 에리히 쿤츠(팔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55)
△카를로스 클라이버(지휘), 헤르만 프라이(아이젠슈타인), 줄리아 바라디(로잘린데), 루치아 포프(아델레), 베른트 바이클(팔케), 르네 콜로(알프레드), 바이에른 슈타츠오퍼(DG, 1975)
△클레멘스 크라우스(지휘), 율리우스 파차크(아이젠슈타인), 힐데 귀덴(로잘린데), 빌마 리프(아델레), 알프레드 포웰(팔케), 안톤 데르모타(알프레드), 빈 슈타츠오퍼(Decca,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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