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환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과 호주, 미국을 중심으로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며 일각에선 "이미 백신이 개발됐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과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은 가능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일단 제약업계는 백신 개발 자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당장 이번 사태에 적용할 만큼 단기간에 개발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유효성 확인에만 최소 1년 이상이 걸려 실제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민간이나 공공 부문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연구 개발에 착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파트너십을 맺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나왔고, 이어서 중국 질병통제센터도 코로나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해 백신 개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백신회사인 노바백스와 DNA 백신·치료제 개발 바이오기업 이노비오도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연구 중이며, 호주 퀸즈랜드 대학도 ‘분자 자물쇠’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백신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제적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개발 연구가 각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실제 개발에 성공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계열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지 10년이 지난 사스나, 지난 2015년에 국내에서도 많은 사상자를 낸 메르스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백신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로선 이들 바이러스에 걸리게 되면 기침, 인후통, 폐렴 등 주요 증상에 따라 대증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 플루'의 경우 백신이 개발돼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데 비해 사스나 메르스의 백신 개발이 더딘 것은 경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스와 메르스의 경우 불특정한 시기에 불특정한 패턴으로 감염, 확산, 소멸하는 특징을 보였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야 개발에 박차를 가할 텐데,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급속히 확산했다가 금세 사그라들게 되면 제약회사 입장에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백신 개발에 성공해도 시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그나마도 소멸되어 버리면 도리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언론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됐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이는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해당하는 유전체를 복제했거나 바이러스 배양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일 것”이라면서 “백신은 개발 자체에 수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개발 이후에도 임상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하기까지 수년은 족히 걸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코로나 바이러스는 같은 계열인 사스나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불규칙적으로 감염, 유행, 소멸하는 특징이 있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민간 제약회사 입장에서 정확한 타깃팅이 힘들어 개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