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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피 안내는 새로운 ‘혈당측정법’ 개발
삼성전자, 피 안내는 새로운 ‘혈당측정법’ 개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1.30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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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이용 비침습 측정 가능성 입증···30년 된 ‘학계의 난제’ 풀어

삼성전자 연구진이 손가락을 찔러 피를 내지 않고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된다.

2019년 국제당뇨연맹(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인구 중 약 9.3%가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당뇨환자 대부분은 손가락 끝에 피를 내는 침습 방식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있어 불편함과 고통은 물론이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새로운 혈당 측정법에 대한 논문을 게재했다. MIT 연구팀과 공동으로 연구한 이번 결과물은 직접 피를 뽑지 않고 레이저 빛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비침습 혈당 측정법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연구돼 온 방식으로 당뇨병 환자의 통증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어 큰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채혈 없이 혈액 내 혈당 농도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학계의 난제(難題)로 꼽혀왔다.

▲ 혈당 측정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들. (왼쪽부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모바일 헬스케어랩 남성현 마스터(교신저자), 장호준 전문, 박윤상 전문(공동1저자), 이우창 전문, 박종애 랩장
▲ 혈당 측정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들. (왼쪽부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모바일 헬스케어랩 남성현 마스터(교신저자), 장호준 전문, 박윤상 전문(공동1저자), 이우창 전문, 박종애 랩장

연구진은 난제를 풀기 위해 비침습 혈당 측정에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을 적용했다. 라만 분광법은 레이저 빛을 이용해 물질을 식별하는 분석법이다. 레이저 빛이 특정 물질에 조사(照射)돼 산란될 때 물질 분자의 고유 진동에 의해 산란된 빛의 파장이 변하는데, 이 현상을 이용한다.

물질이 여러 개일 땐 신호가 복잡하게 섞이기도 하는데, 이 분석법은 다른 비침습 방식과 비교했을 때 특정 물질을 구분하는 식별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때문에 혈당 측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은 측정 방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비(非)접촉 사(斜)축(non-contact off-axis) 라만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비스듬히 기울인 빛을 피부 아래층에 도달하게 해 우리 몸속 혈당의 라만 스펙트럼을 얻어내는 기술이다. 이 방식으로 비침습 신호 측정의 정확도 지표인 상관계수[2]를 업계 최고 수준인 0.95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연구진은 라만 스펙트럼 내 혈당 신호 추출을 위한 신호처리 방법도 고안했다. 이로써 혈당을 측정할 때 센서나 사람의 움직임 등 주변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 통계 분석 기반의 비침습 혈당 측정 방식과 비교해 라만 스펙트럼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 혈당 예측도를 높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남성현 마스터는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은 30년 난제로 불릴 만큼 어려운 기술로 이번 연구는 기존의 틀을 깨고 비침습 혈당 측정기술에 명확한 실험적 증거와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비침습 혈당 센서의 상용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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