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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구충제 신드롬의 불편한 진실···가까이 하기엔 너무 비싼 '면역항암제'
개 구충제 신드롬의 불편한 진실···가까이 하기엔 너무 비싼 '면역항암제'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1.30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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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억 원에 달하는 비싼 약값이 문제···국내 항암제 급여화 OECD 절반 수준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3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면역항암제 시장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키트루다, 옵디보로 양분됐지만 후발주자들까지 다양한 임상실험을 통해 꾸준히 적응증을 넓히고 치료 효과성을 인정받으며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이제 건강보험 급여 진입까지 속속 시도하고 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항 PD-L1 면역항암제 바벤시오 사용을 전이성메르켈세포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면역항암제 임핀지는 지난해 7월 방사선 요법과 백금 기반 항암화학 요법을 받은 3기 폐암 환자 중 장기 일부 절제술이 불가능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제로 허가된 데 이어 최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정성까지 인정받았다.

특히 임핀지는 그동안 출시된 면역항암제들이 원격전이로 항암요법이 가능한 4기 비소세포폐암만 공략했던 것과 달리 3기 환자들을 타겟으로 공략해 새로운 입지를 구축함에 따라 향후 급여화 시 시장의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휴온스는 최근 비오신코리아와 방광암 재발방지 면역항암제 ‘이뮤토콜’의 국내 판권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로슈 티쎈트릭도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비소세포폐암 2차 이상 치료에 급여화가 적용됐고, 최근에는 적응증도 간암까지 확대됐다.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하는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18년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 연구개발계약을 체결하고 종양 미세 환경에서 암세포가 선천성 면역반응을 통해 항암면역성을 약화시키는 부분의 연구에 초점을 맞춰 면역항암제 MerTK 저해제를 후보물질 도출 이전 단계에서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제약사 애브비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내 업체들은 주로 글로벌 업체와 손을 잡고 공동연구개발에 나선 모습이지만 세포치료 전문기업 GC녹십자셀은 지난해 3분기 누적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4%나 껑충 뛰었는데 이는 지난 2002년 개발해 2007년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은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의 간암 치료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입증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스닥 대장주에서 임상 3상 중단으로 주가가 폭락했다가 최근 식약처 추가 임상 소식에 주가가 다시 반등하고 있는 신라젠의 ‘펙사벡’도 면역항암제다.

이처럼 면역항암제가 차세대 암치료제로 각광받으며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지만 문제는 높은 약값이다. ‘키트루다’의 경우도 환자 1인당 1회 투여 비용이 600만 원으로 1년이면 총 1억 원에 달한다.

‘키트루다’가 다양한 질환에 대한 적응증과 높은 치료 효과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1차 화학요법이 더 이상 듣지 않을 경우, 2차 요법에만 제한적으로 보험 급여가 되고 있고 급여 확대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개구충제 성분인 ‘펜벤다졸’이 항암효과가 있는 것처럼 알려져 논란이 되는 것도 고가인 면역항암제 대비 월등히 싼 비용 때문이다. 그러나 ‘개구충제’ 투여로 높은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말기 폐암 환자 개그맨 김철민 씨도 사실은 면역항암제를 함께 투여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9월 한국 MSD와 정부 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급여기준 변경 논의가 무산된 데 이어, 10월 말에 MSD가 다시 정부에 키트루다의 5개 적응증에 대한 급여 등재를 신청해 현재 검토 중이다.

MSD측이나 정부 측에서 무산된 배경에 대한 정확한 내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반응률이 있으면 건강보험이, 반응률이 없으면 회사 측이 약제비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급여 기준을 변경할 것을 MSD에 요구했지만 높은 개발비를 투입함에 따라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을 느껴 MSD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기존 화학요법과 비교해 월등히 높아 키트루다의 경우 50%~60%에 이른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반응했을 때 이야기이고 전체 면역 항암제의 반응률로 따지면 20%대가 채 되지 않는다. 더해 각 면역항암제가 적응증을 넓히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약제비를 건강보험과 제약사가 분담하는 방식은 제약사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다양한 고가의 면역 항암제들이 적응증을 넓히며 급여화 진입을 시도하는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키트루다처럼 면역항암제의 경우 비용효과성을 근거로 위험분담제 방식의 약제비 지불방식을 고안해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면역항암제들이 쏟아져 나오며 제약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문재인 케어’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높은 약제비에 따른 보험 재정 부담으로 인해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다른 희귀질환제의 급여화도 너무나 더디게 진행돼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신약 접근성을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패스트 트랙’과 암환자 기금 모금제 등 다양한 제도 도입과 급여 우선 순위를 재정비하는 등 치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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