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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환자는 안오고, 감염환자는 올까 두렵고···이중고 겪는 개원가
외래환자는 안오고, 감염환자는 올까 두렵고···이중고 겪는 개원가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1.30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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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산에 외래환자 줄고 전화상담만 늘어
대형병원은 열감시 카메라 등 갖추고 대비태세 완비
나눠줄 마스크도 부족한데 본인도 감염에 무방비 노출

# 지난 2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이모(64)씨는 병원 입구에 놓인 열화상 카메라를 보고 안심했다. 이씨는 “들어올 때 체온을 체크하는 카메라를 보니 ‘병원이 대비를 잘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곧바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병원 안이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 용산구에서 가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확산하면서 “환자들이 병원(방문)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A씨는 “내원하지 않고 전화로만 증상에 대해 상담 진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며 "이런 경우 진료비를 받을 수도 없고 (내원 환자는 줄어들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일선 의료 현장을 담당하는 의료인들도 한층 긴장하는 모습이다. 다만 지난 2015년 메르스(MERS) 사태를 거치며 대형병원들의 경우 대규모 감염병이 확산할 경우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이 상대적으로 잘 되어 있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개원가의 경우 혹시 모를 감염병에 대비한 인프라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번 같은 사태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확진자가 다녀갈 경우 의원급 1차 의료기관은 사실상 병원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인 개원의들에 대한 맞춤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원을지대병원, 미리부터 비상회의 열고 선제대응 나서

사진=노원을지대병원 제공
사진=노원을지대병원 제공

노원을지대병원은 연휴가 끝나고 외래환자가 몰릴 것을 대비해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미리부터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 병원은 지난 26일부터 선별진료소 1개소가 응급센터 앞에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최근 한 달 이내 중국을 방문하거나 경유한 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이나 국가기관에서 환자 접촉자로 분류된 자에 대한 검진을 진행한다.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입원환자의 면회도 환자 1인당 상주 보호자 1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28일부터는 외래 진료시간에는 각 건물별 출입문을 1개만 개방해 전체 내원객을 대상으로 중국 방문(경유)력을 확인하고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병원 내 전직원과 내원객들에게는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 관리를 당부하고, 특히 환자와 접촉하는 의료진에게는 차단율이 높은 의료용 마스크(N95)와 고글, 가운, 장갑을 착용하도록 했다.

유탁근 노원을지대병원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전 직원이 합심해 국민안심병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며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병원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아산병원 제공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아산병원,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 10대 설치···한양대병원, 실시간 대책회의

29일 기자가 서울아산병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처음 마주친 것은 열화상 카메라였다. 출입구 한 곳 당 카메라 한 대가 설치돼있고 3명의 의료진이 앉아 모니터를 체크하고 있었다. 아산병원은 이날부터 병원 주요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10대 설치해 출입하는 모든 내원객의 체온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병원 입구에서부터 마주치게 되는 카메라가 자칫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오모(40)씨는 "큰 병원이라 안심이 된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아픈 아이를 데리고 내원한 오씨는 "며칠 전 병원에서 내원객들에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안내 문자를 전송하기도 했다"며 병원에서 받은 문자 내용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아산병원은 신종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 따라 외래·입원·응급 진료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중국 방문력이 있는 의심환자인지 스크리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중국 우한시 등 감염병 발생지역의 입국자 정보를 확인함으로써 의심이 되는 환자의 병원 방문을 사전에 제한하고 있다. 또 입원환자의 면회도 지정 보호자 1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역시 지난 25일부터 응급실 앞에 외부 진료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병원 출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는 총 4대로, 역시 내원객들의 체온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 

원내 방송으로 '손씻기'의 중요성 등을 주기적으로 안내하고 병원 내부에는 내원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충분히 구비했다. 한양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관련부서 대책회의를 실시간으로 가동 중"이라며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대응에 한계 느끼는 개원가

이에 반해 규모가 작은 개원가에서는 대형병원과 같은 수준의 대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당장 대형병원에는 필수적으로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만 해도 가격이 한 대에 최소 1000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 확산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뜻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금액이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A씨에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묻자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진료를 하는 정도”라며 “마스크마저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특히 기침 등의 증세로 내원하는 일부 환자들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방문하는 환자들이 더러 있어 이들에게는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나마 재고마저 얼마 안 남았는데 새 마스크를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A씨는 "마스크라도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일부 환자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해 개원의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검사속도와 편의성이 대폭 향상된 새로운 검사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이같은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기관은 몹시 제한적인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개원의 스스로가 내원환자를 통해 언제든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국은 증상이 있는 환자는 병원 대신 보건소나 선별 진료소를 방문하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평택의 동네 의원을 두 차례나 방문했던 네 번째 확진자의 사례처럼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감염자가 지역 병원을 찾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개원의 B씨는 "(방역물품 지원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한 대로 물안경이라도 쓰고 진료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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