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환자 살리려던 의사에 책임지란 건 "'착한 사마리아인 법' 취지 저해"
봉침환자 살리려던 의사에 책임지란 건 "'착한 사마리아인 법' 취지 저해"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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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천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의료법연구회장)
내달 12일 봉침사망 사건 선고 앞두고 착한 사마리아인법 취지 설명
면책 적용 여부 놓고 ‘업무 수행중’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 될 것
사진=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
사진=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

자신의 환자가 아님에도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를 살리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응급처치를 시행한 의사. 불행히도 그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비록 환자의 목숨을 살리진 못했지만 이 의사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다 쇼크에 빠진 환자를 살리려던 의사에게 유가족이 함께 책임을 요구한 소위 '봉침 한의사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다음 달 이뤄질 예정이다.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번 사건에 선한 의도에서 한 행동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소위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적용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은 이번 ‘봉침 한의사 사건’의 주요 쟁점과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의 취지에 대해 묻고자 지난 21일 의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던 김천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한마디로 “상호(相互) 상부(相扶) 의식을 회복시키기 위한 법”이라고 정의했다. 과거 상호 상부의 의식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 산업화 이후 개인주의 확산으로 이같은 정신이 퇴색된 측면이 있어 이를 회복하고자 한 제도가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라는 것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도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의 정신이 담겨있다. 김 교수는 “전통적으로 민법 제734조인 '사무관리법'은 법률상 의무나 계약상 의무가 없어도 '호의성에 기반하여 행위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사무관리법에 따르면 그 행위로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비용을 지불해야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사무관리법에 따르면 호의를 베푼 사람이 잘못하지 않아도 문제가 생긴다면 책임을 져야한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라며 “5조의2에서는 경과실까지 감면해준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의 내용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환자의 상태가 법률이 적용될 상황인가 여부다. 해당 법률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로 환자의 상태를 제한한다. 건강에 중대한 손상이 없을 때는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움을 제공하는 자의 신분이다. 법률은 '응급의료종사자', '선원법 제86조에 따른 선박 응급처치 담당자', '119구조 구급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른 구급대 등'이 아닐 때 면책된다. 봉침 한의사 사건의 경우 도움을 주러 따라 나갔던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의료인으로서 응급의료종사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세 번째는 응급의료 종사자가 업무 수행 중이 아닌 때 본인이 받은 면허나 자격의 범위를 벗어난 응급의료를 했다면 면책 된다. 김 교수는 “내과 전문의가 응급 환자에게 부목을 묶다가 뼈를 부러뜨렸을 때, 부목을 묶는 행위는 정형외과적 시술이므로 내과 전문의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본다”며 “이때 내과 전문의는 법률적으로 민간인이 응급처치를 한 것으로 보고 면책 받을 수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응급처치를 해야할 의무를 가진 자가 ‘업무 수행 중’인지 여부가 기준이 된다. 의료종사자가 근무 중이 아닌 때에 한 응급 처치는 호의로 베푼 행위로 보고 면책이 되지만 근무 중인 때에 한 행위는 면책되지 않는다.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의사가 건강이 위독한 환자를 순수하게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응급처치를 했는데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사는 처벌을 받아야 할까?

5조의2에 명확히 해당한다면 면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법률의 세계보다 복잡하다. 다음달 12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 ‘봉침 한의사 사건’의 경우 한의사와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각각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한의사의 경우 환자가 직접 치료를 받으러 근무 중인 한의사를 찾아갔기 때문에 둘 사이에 법률적 '계약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명확히 업무 수행 중에 응급처치를 한 한의사는 5조의2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

이에 반해 응급처치를 도우러 온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경우는 다르다. 김 교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근무 중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법관들이 (상세 내용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근무 중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5조의2에 해당해 면책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한의사의 응급처치를 도와준 단순 조력자로 본다면 환자와의 관계에서 어떠한 의무도 없다고 볼 수 있지만, 한의사를 매개로 '환자를 구조하러 간 사람'이라고 본다면 환자와의 관계에서 치료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다”며 “이 부분은 법률적으로도 매우 세밀하게 따져봐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의사가 응급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방관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처럼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처벌받을 수 있을까. 

이 사건에서 해당 의사는 근무지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의료 요청을 받게 됐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응급처치를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8조 1항은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를 다른 환자보다 우선하여 상담, 구조, 응급처치를 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전까지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적용된 판례가 없었다”며 “이번 봉침 한의사 사건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면책을 받는다면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 판결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동시에 “판결이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경과실 면책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가지는 국제적인 법률 취지가 저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후 의료인들의 호의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한의사의 도움 요청에 따라 환자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호의성을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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