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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충주시대 맞은 건대 의전원···의료계, 수업차질 우려
'명실상부' 충주시대 맞은 건대 의전원···의료계, 수업차질 우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1.17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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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육부 실태점검 후 총장 '충주 환원' 발언으로 해임
교육부 "1학기부터 충주에서 수업" 시정명령, 거부 시 허가 취소도 가능
의료계 "정상적 수업 가능할지 의문" 우려···서울에 방구한 학생들 발 '동동'

그동안 서울에서 대부분의 교육을 진행했던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이 올 1학기부터 서울이 아닌 충주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애초 설립 허가를 내준 교육부가 설립 목적에 맞게 충주에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한 것이지만, 의료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하겠느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국대 의전원은 대부분의 수업이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 건대 서울 캠퍼스가 아닌 충주 글로컬캠퍼스 소속이다. 실제 교육이 충주가 아닌, 서울에서 이뤄지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8월 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교육부가 실태 점검에 나섰고, 건국대에 2020년 1학기부터 의전원 수업을 충주에서 진행토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건대 의전원 학생들은 당장 오는 2월 중순에 개강하는 1학기부터 충주 글로컬캠퍼스에서 수업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이상의 과정에서 민상기 건국대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를 방문해 “의전원을 충주로 환원하겠다”라고 밝혀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건국대 측은 민 총장이 특정 정당에서 학교 구성원들과 논의 없이 학교 행정에 대해 독단적이고 정치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9일 민상기 총장을 해임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대병원 전경
건국대병원 전경

◆건국대, '지역의료 활성화' 차원서 충주에 의대설립 허가받아

건국대는 지난 1985년 교육부로부터 40명의 정원으로 의과대학 설립 허가를 받았다. 당시 서울의 의료 인프라가 포화 상태여서 교육부는 ‘지역 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의료 사정이 열악한 지방인 충주에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조건으로 건국대에 의대 설립 허가를 내줬다. 비슷한 시기 단국대 천안캠퍼스 의대와 동국대 경주캠퍼스 의대 등도 교육부로부터 같은 조건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건대 의대가 지난 2005년 의전원으로 전환하면서 학교 측은 의대를 서울로 이전하기로 결정해 현재 위치한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옆에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건물을 지난 2007년 신축하고 여기서 의전원 수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 건국대 의전원의 거의 모든 수업은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교육부가 지난 9월~10월 건국대 의전원의 실태를 현장 점검한 결과, 의전원 이론·실습 수업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전체 학생 160명 중 단 12~15명만 돌아가며 건국대 충주병원에서 1인당 7주간 실습수업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전원 교수 역시 총 31명 중 단 2명만 충주캠퍼스에 연구실을 두고 있고 그나마 이들도 담당 수업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시정명령에 따라 당장 이번 학기부터 충주에서 수업을 받게 되자 이 학교 신입생과 학부모들은 "의전원 충주 이전을 유예해 달라"는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 "의료 모르는 사람들이 의료 망치고 있다" 반발 

의료계는 무엇보다 당장 충주병원의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제대로 된 임상 실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건국대 측도 “충주병원은 주변인구가 22만 명 규모로 내원 환자 수가 부족하다보니 학생들에게 다양한 임상 경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건대병원에서 의전원의 주요 강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2019년 기준 건대 충주병원의 인가 병상 수는 320병상인데, 실제로 가동되는 병상 수는 여기에도 미치지 못해 286병상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대학병원들의 평균 인가 병상 수는 500병상 이상인데, 건대 충주병원은 여기서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셈이다. 

이에 반해 지난 2002년 건국대 서울캠퍼스 부지에 800병상 규모로 신축된 서울병원은 현재 전국 42개의 상급종합병원에 속한다. 특히 탄탄한 학교 재정과 교통 편의성 등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의사는 “충주병원의 교원은 물론이고 임상 환자 수도 충분하지 않은데 정상적인 의학 수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현재 여론이 건대 의전원을 무조건 충주로 이전해야 한다는 식으로 흐르는 것과 관련해 “의료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의료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건국대 의전원과 마찬가지로 본교는 수도권에 있지만 의과대학·의전원은 지방에 있는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구 65만 명이 넘는 충남 천안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인 단국대병원 정도만 중부권에서 최고 의료진과 최첨단 시스템을 보유한 병원으로 인정받는 상황이다. 

◆학생들 '지방이전 유예' 요구 받아들여지기 힘들 듯

당장 오는 2월부터 충주에서 수업을 받게 된 학생들은 이전에 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발을 동동 구르며 '지방이전 유예'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사립대학의 학사 규정은 대학의 자율 권한이지만 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면 사안에 따라 교육부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교육부의 시정명령은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바에 따른 것이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교육부는 '학생정원 감축, 학과 폐지 또는 학생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건국대 측이 애초 교육부와 약속한 의대 인가 조건과 다르게 10년 넘게 의전원을 편법 운영한 사실은 분명한 만큼, 교육부의 지방 이전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건국대 측이 의전원 이전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다면 교육부는 학생정원 감축, 학과 폐지 등의 불이익을 부여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의전원 허가 취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줄로만 알았던 일부 의전원 학생들은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구해놓았다가 이를 취소해야 하는 등 금전적 손해도 예상된다. 이들이 민사상 손해배상과 학교 측이 신뢰를 저버린 데 대해 정신적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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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20-01-28 09:58:58
울산의대, 동국의대도 지방의대이지만 수업은 다 서울에서 하는데 왜 건국의대만 충주로 가야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