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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선전포고?···덕담 대신 의료계 겨눈 손보협회 신년사
연초부터 선전포고?···덕담 대신 의료계 겨눈 손보협회 신년사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1.16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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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협회장, 신년사서 보험금 청구간소화 등 언급하며 "올해 반드시 해결"
의료계, 진정 소비자 위한다면 소액보험금 신속지급 시스템부터 갖춰야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이 최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손해보험의 주력상품인 '실손의료보험의 손실과 보험료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표현하며 올해엔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회장은 “수 년간 묵은 숙제였던 의료 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 보험금 청구 간소화, 비급여코드 표준화, 백내장 등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비급여진료 관리 강화를 위한 과제들을 관계부처와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일부 병의원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보험회사의 진료기록 열람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손보협회장이 신년사 곳곳에서 의료계를 직접 겨냥한 것은 연초부터 의료계와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실손보험은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건강보험으로는 보장받을 수 없는 환자 본인부담금에 해당하는 의료비를 최대 90%까지 보상해 주는 '사적' 보험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손보험 가입자는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고도 3800만 명에 달한다. 

실손보험은 청구 금액은 적은 반면 청구 건수는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현재 보험가입자들이 병원을 방문해 서류를 떼고 이를 다시 팩스나 우편으로 보험사로 보내야 하는 등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면 소비자의 불편이 줄어들 뿐 아니라 보험사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업무를 줄일 수 있으니 효율적이라는 게 보험사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전체 실손보험 청구의 절반 정도를 설계사가, 나머지를 팩스나 앱을 이용해 청구하기 때문에 지금도 개인 입장에선 전혀 불편할 게 없다"면서 "소비자를 앞세워 실제로는 보험사의 잇속을 챙기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손보사들이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할 게 아니라 소액진료비에 대한 청구방법과 서류를 간소화하는 한편, 절차를 투명화해 보험금 지급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보험회사의 보험료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비급여진료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환자들이 병원에 아파서 가는 것이지, 다른 목적으로 가는 게 아니지 않냐”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1만~2만원 소액의 경우 별다른 증명 없이 병원 이용만 증명되면 보험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시스템부터 정책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환자의 건강정보를 모두 제공해야만 실손보험료를 지급하는 관행부터 개선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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