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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국회 통과했지만'···논란 여전한 '데이터3법'
'우여곡절 끝 국회 통과했지만'···논란 여전한 '데이터3법'
  • 홍미현·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1.13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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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규제 철회에 "환영" VS 시민단체 "돈벌이 악용될라" 우려
의료계, 개인정보 유출 우려 속에 "환자치료 도움될 것" 기대감도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소위 '개망신'법으로 불리는 ‘데이터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즉각 환영 의사를 나타낸 반면,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의료계 내부 반응도 이해관계에 따라 조금씩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법 통과로 인해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고 이를 '돈벌이 수단'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일각에서는 미래의료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3법' 국회 통과···의협 "가명 써도 실명화 어렵지 않아" 우려

앞서 국회는 지난 9일 저녁 본회의를 열고 소위 '데이터 3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2018년 11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원 입법 형식으로 법안을 발의한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법들이 소관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까닭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중복규제를 없애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발맞춰 개인과 기업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그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특히 데이터 3법의 모법(母法)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현행법의 개인정보 관련 개념을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로 세분화했다. 이 중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가명처리)한 가명정보를 통계작성이나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으로 처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개인정보를 ‘가명’으로 처리한다 하더라도 전산화된 정보가 제대로 관리·보존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아무리 가명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한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실명화'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며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보험회사 등 이를 상업적으로 '악용'하려는 업체에 대해선 개인정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3법 통과를 바라보는 시민사회단체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등 15개 시민사회단체는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한) 1월 9일은 정보인권 사망의 날, 개인정보를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넘겨버린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시민사회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호장치 없이 '개인정보 3법'을 통과시켰다"며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은밀한 신용정보와 질병정보에 전례 없이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헬스케어 혁신 전환점" 반색···의료계 일부도 "정밀의료에 도움될 것" 

이와 반대로 제약업계를 비롯한 재계는 데이터3법 통과에 대해 즉각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경우 인공지능 기반의 신약개발을 가속화하는 열쇠로 꼽히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며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는 AI(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과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헬스케어 혁신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내에서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산업 측면에서 이번 법안 통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 또한 적지 않다. 건강보험을 통해 축적한 무궁무진한 의료 데이터를 ‘산업적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환자 치료에 비약적인 발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의료 관련 데이터 분야는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연계·결합해 연구하는 '정밀의료'가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에 데이터3법이 통과되면서 각 기관에 분산돼 있던 환자 정보를 수집하고 연계하는 식의 결합 연구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신약개발이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등에서 환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돼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는 여전히 걱정거리다. 이와 관련해 아산병원 빅데이터센터 업무를 맡고 있는 유소영 교수는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나 형사처벌 이외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라며 의료데이터를 수집·생산·활용하는 기관에 대해 책임과 투명성·신뢰성을 부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유 교수는 "보안 전문기관의 운영 방안 등 시스템 보완을 위한 구체적인 아젠다는 향후 이해관계자들과 정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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