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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확률 0.01%···새 임상 소식에 다시 발동걸린 ‘신라젠’ 도박
성공확률 0.01%···새 임상 소식에 다시 발동걸린 ‘신라젠’ 도박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1.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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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임상 소식에 주가 급등···지난해 펙사벡 임상 3상 실패 사례 재현될라
‘가능성만으로 상장→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기술특례상장’ 제도 논란

지난해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대장주’에 등극했다가 해외에서의 임상 중단 소식과 함께 급격히 추락했던 바이오업체 ‘신라젠’의 주가가 최근 이틀 새 강세를 보이면서 다시금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신라젠의 주가 급등을 보는 시장의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연말에 최종적으로 임상에 실패했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폭락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말 신라젠의 주가는 1년 전 고점 대비 80% 가량 하락했었다.

◆신라젠, 추가 임상 승인 소식에 주가 널뛰기

신라젠의 주가는 지난 7일 가격제한폭(29.84%)까지 뛰어오른 1만6750원에 거래를 마친 데 이어, 8일에는 그보다 100원(+0.60%) 상승한 1만6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이날 어느 정도 조정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날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신라젠의 이 같은 반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추가 임상을 승인받았다는 소식 때문이다. 신라젠은 최근 식약처로부터 펙사벡과 면역항암제 ‘REGN2810’(성분명 세미플리맙) 병용 투여 임상 1b상 대상 환자를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

앞서 지난 2018년 2월에는 전체 환자 80명(국내 50명)을 대상으로 펙사벡과 REGN2810 병용 투여 임상 1b상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번 임상 추가로 임상 1b상 대상 환자 수는 기존 80명(국내 50명)에서 116명(국내 77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임상 중단으로 주가 급락···신약 승인확률 0.01% 불과

신라젠은 헬릭스미스와 함께 작년 상반기까지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을 대표하는 ‘대장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이 중단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기록했고 시가총액도 쪼그라들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14만 명에 이르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면서 신라젠 사태는 덩달아 국내 전체 신약 및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사실 신약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high risk & high return)’ 산업으로 꼽힌다. 투자기간이 보통 10년 이상으로 몹시 길고, 고도의 연구개발 인력이 필요한 지식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특히 첫 단계인 후보 물질 탐색부터 마지막 신약 승인까지 성공 확률은 0.01%밖에 되지 않는다. 통상 5000~1만 개 후보 물질 중 단 한 개의 약물이 신약 승인의 관문을 통과하는 셈이다. 특히 임상 3상은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탓에 ‘죽음의 계곡’으로 불린다.

하지만 엄청난 개발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성공에 따른 보상도 커 ‘휴미라’(자가면역질환치료제), ‘란투스’(당뇨병치료제), ‘소발디’(C형간염치료제), ‘아비리파이’(조현병치료제) 등 일명 ‘블록버스터’ 약물들의 연 매출액은 각각 10조 원을 넘는다.

◆국내 바이오업체, 기술특례상장으로 쉽게 상장한 뒤 손쉽게 주가 띄워

극히 소수의 신약물질만 최종적으로 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신라젠을 비롯한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들이 잇달아 글로벌 임상 3상에 실패한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지난해 임상 3상 실패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들 바이오기업 경영진이 보여준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는 행태들이다. 일부 제약사 대주주 일가나 주요 임원들은 임상 3상 실패 소식을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주식을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덕적 지탄을 받고, 일부는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특히 신라젠과 헬릭스미스의 경우 미국 FDA의 임상 중단 권고가 있기 훨씬 이전에 임상 3상 실패 가능성을 직간접적으로 인지했을 것이란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가 종료되어 만약 경영진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는 물론, 개인투자자 등으로부터 대규모 손해배상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같은 문제의 이면에는 사업성을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단지 가능성만으로 상장을 쉽게 허가해 주는 현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상장을 하면 임상 진행 과정에서 각종 핑크빛 전망을 담은 투자정보를 흘려 주가를 띄우고 그 과정에서 정확한 내막을 알 수 없는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라젠의 경우도 지난 2016년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펙사벡의 기술평가를 받아 상장해 코스닥 ‘대장주’의 자리까지 올랐었다.

한 증시전문가는 “신라젠과 같은 바이오 기업의 경우 ‘개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실제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 바이오업체들의 실패사례를 거울 삼아 투자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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