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을 한방으로 치료?···일부 지자체의 '황당' 지원책
산후우울증을 한방으로 치료?···일부 지자체의 '황당' 지원책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1.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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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한의원과 한방병원서 산후풍과 산후우울증 치료 일부지원
의료계 "산후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질병, 한방지원 위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목 하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 사업’을 대폭 확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한방 사업에는 산전 난임부터 산후풍·산후우울증 등 산후 지원까지 포함돼 있어 의료계는 자칫 산모는 물론 아이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전라북도는 도내 산모의 건강 증진과 아이 낳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올해 신규 사업으로 '산후 건강관리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임산부가 출산 후에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포함한 지정 의료기관에서 산후풍과 산후우울증 등으로 치료받을 경우 본인부담금 일부를 지원해준다. 전라북도는 올해 이 사업에 대해 14억1400만원의 예산을 새로 책정해 산모 1인당 최대 2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출산한 여성의 약 10~20%가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신 연구논문에 따르면 출산한 여성 10명 중 6명이 출산 후 5년 안에 우울증을 경험했고, 출산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증 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들의 산후우울증은 피해망상이나 과다행동 등 정신질환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자살 등 극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2015 서울시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서울시민 여성 자살률은 육아기인 30대가 가장 높았다. 35~39세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이 18.8명으로 최고를 기록했고, 30~34세 역시 18.3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산후우울증은 아이와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정서와 행동, 인지 발달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가족 관계에도 악영향을 줘 부부간의 불화와 갈등을 초래해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산후우울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한방 치료법을 지원책으로 앞다퉈 내놓고 있는 데 대해 의료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전라북도 외에도 제주도, 경기도 안양시 등이 출산후 우울 증상을 겪는 산모에게 한약을 통한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산후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일부 지자체들이 산후우울증 치료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사업을 끌어들이는 데 대해 깊이 우려하면서도 이 문제가 자칫 자칫 진료 영역 싸움으로 인식될까봐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자체의 '한방 산후 건강관리 지원 사업'은 한방 난임사업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데이터와 근거 없이 이뤄지는 '예산 퍼주기식' 사업에 불과하다"며 "가뜩이나 한방 난임사업으로 피해를 입는 산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환자가 원하는 치료와 지원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한 뒤 정확한 통계 자료를 근거로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산후우울증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상욱 정신과 전문의는 "우울증을 한방으로 치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과연 치료 가이드라인이나 프로토콜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울증과 정신과 치료는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피해의 책임 소지 등으로 공공의료기관도 꺼려하는 부분인데, 아무런 대책 없이 한방 치료를 시행하려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한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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